대학입시

대입전형 간소화, 알고 보니 '속 빈 강정'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11. 5. 8. 16:55

 

대입전형 간소화, 알고 보니 '속 빈 강정'

머니투데이 | 배준희 기자 | 입력 2011.05.08 13:13

 

연세대, 고려대 등 통합 후 이름만 바꾸고 세부전형 그대로 유지
대구 D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신모씨(29)는 최근 학생 상담을 위해 연세대 2012학년도 입시요강을 보다 혼란에 빠졌다. 종전 글로벌리더전형, 과학인재전형, 언더우드국제대학전형, 예체능인재전형 등의 이름이 보이지 않았던 것. 하지만 신씨는 이내 이들 전형이 특기자전형으로 통합만 됐을 뿐 4개의 지원트랙으로 똑같이 유지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8일 대학가에 따르면 정부의 전형간소화 정책으로 주요 대학들의 입학전형 가짓수는 줄었지만 사라진 전형의 상당수가 다른 전형 속에 포함되는 방법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일선 진학지도현장에서는 대학 측이 일부 전형의 이름만 바꾸는 등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간소화정책을 추진한 탓에 오히려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세대는 지난해 수시모집에서 글로벌리더, 과학인재, 예체능인재, 언더우드국제대학전형 등을 실시했다. 2012학년도 입시에서 이들 전형은 이름만 바뀌고 특기자전형 내 '트랙'별로 그대로 개설됐다. 언더우드전형은 언더우드, 아시아지역, 테크노아트학부 등으로 세분화 돼 전형 수는 더 늘었다.

고려대도 종전 세계선도인재, 국제학부, 과학영재, 체육특기자전형을 특별전형으로 통합했다. 그렇지만 이들 전형은 새 통합전형 아래 국제1, 국제2, 과학, 체육 등 세분화된 이름으로 똑같이 유지되고 있다.

성균관대는 글로벌리더, 과학인재, 영상·연기·체육 특기자전형을 단일 특기자전형으로 통합했다. 그러나 이 전형의 지원 자격으로 '글로벌리더로서의 자질이 있는 자', '수학과학 및 영상연기체육부문에 탁월한 역량을 갖춘 자' 등을 규정해 실제 달라진 점은 없다.

사회봉사전형도 자기추천자전형에 통합돼 이름만 사라졌을 뿐 사회복지학과 몫(5명)은 그대로다. 중앙대도 기존 학생부우수자전형을 2012학년도에는 학업우수자전형에 합쳤을 뿐 선발방식은 종전과 똑같다.

이투스청솔 오종운 평가이사는 "연세대와 고려대, 성균관대 등에서 보듯 전형을 통합했다고 하지만 세부 내용은 종전과 다를 바 없다"며 "수험생들은 이러한 변화에 휩쓸리지 말고 전년도 결과를 참고해 입시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앞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올 초 대학 총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입학전형이 지나치게 복잡해 수험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전형 간소화를 주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