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外高 "외국어 이렇게 쉬우면 우린 어떡하나"
조선일보 김연주 기자입력 : 2011.12.01 03:02
작년부터 영어 우수자만 뽑아 3년간 열심히 가르쳤는데… 너무 쉽게 출제 재학생 피해
편법 영어공부 판칠까 걱정

2012학년도 수능 성적표를 학생들에게 나눠준 30일, 경기 지역의 한 외국어고 교사는 학생들의 성적을 훑어보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외국어 영역에서 만점을 받거나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받은 학생이 수두룩했지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올해 외국어 영역이 다른 영역에 비해 유독 쉽게 출제돼 만점자가 사상 최대(1만7049명)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3년간 아이들 고생시켜서 치르는 시험이 이렇게 쉬운 형태가 되면 평가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어느 정도는 변별력이 있어야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들이 빛을 보지 않겠느냐"고 했다.
◇"외국어 너무 쉬워" 울상짓는 외고
평소 영어에서 '우위'를 점하던 외고생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서울 지역 한 외고 교사는 "모든 학생들이 다 잘한 외국어는 변별력이 없어 사실상 이 영역을 빼고 진학 지도를 해야 한다"며 "다소 어려웠던 언어에서 두각을 나타낸 학생은 다행이지만, 만약에 언어 점수까지 평이하게 받았다면 좋은 대학에 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국 31개 외고 학생들 외에도 평소 영어 과목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은 실망한 상황이다.
외고에서는 수능 외국어 영역이 올해처럼 계속 쉽게 출제될 경우, 재학생들이 점점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초조, 궁금… 몇점일까? 2012학년도 수능시험 성적이 개별 통지된 30일, 인천여고 교실에서 성적통지표를 받은 학생들이 밝은 얼굴로 자신의 성적을 확인하고 있다. /인천=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지난해 외고 입시부터 다른 과목은 보지 않고 중학교 영어 내신과 면접으로만 학생을 뽑도록 선발 방식을 바꿔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 위주로 외고에 입학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수학·국어 등의 중학교 내신도 반영, '모든 과목을 잘하는 학생들'이 외고에 들어갔었다.
한 입시 전문가는 "올해와 같이 영어가 계속 쉽게 출제되면 앞으로 외고생들에게 유리한 부분이 수능에서 사실상 사라진다고 보면 된다"고 분석했다.
◇"편법 영어교육 판칠까 우려"
외고 일각에선 현 정부 들어 '외고 죽이기'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는 지난 2010년 실시된 2011학년 외고 입시부터 외고들의 학생 선발권을 축소했으며, 영어듣기평가를 금지하는 등의 정책을 폈다. '외고가 좋은 학생 뽑기 경쟁만 하고, 사교육의 원인이 된다'는 일부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이로 인해 과거 6대1까지 치솟았던 외고 평균 경쟁률은 2011학년도 1.7대1까지 뚝 떨어진 상태다.
서울지역 한 외고 관계자는 "교과부가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우리 학생들이 피해를 봤다"며 "서울지역에 자율고 등이 생기면서 우수학생들이 과거처럼 외고로 몰리는 현상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듣기 문항들은 EBS교재에서 거의 바뀌지 않고 그대로 출제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편법 영어공부 방법이 성행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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