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A형이냐 B형이냐… “대학마다 가산점 달라 도박하는 심정”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13. 3. 12. 08:22

 

 

A형이냐 B형이냐… “대학마다 가산점 달라 도박하는 심정”

‘선택형 수능’ 첫 대입 수험생들 깊어가는 시름

 

동아일보 김도형기자 입력 2013.03.12 03:17

 

"모의고사 5등급 내외의 성적인데 대학수학능력시험 A형을 준비하려니 상위권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 같고 수능 B형을 선택하려니 가산점을 받아도 손해를 볼 것 같아요."(서울 노원구 A고 3학년 정모 군·18)

"모두 수능 B형으로 공부하고 있으니 그냥 B형 보는 게 나을지…어떤 선택이 좋을까요? 도와주세요 ㅠㅠ." "저도 그게 고민이에요."(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 '수만휘' 게시글과 댓글)





올해 처음으로 선택형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공부가 어려운 건 둘째다.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가 더 큰 문제다. 특히 개학을 하면서 선택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자 막연하게 품었던 고민이 더 커지는 양상이다.

수험생을 가장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B형 시험을 치렀을 때 받는 가산점을 감안해도 A형 시험을 치르는 편이 입시에서 더 유리하다는 점이다.

올해 입시에서 A형과 B형을 모두 인정하는 대학은 두 시험의 난이도 차이를 고려해 B형 응시자에게만 가산점을 주기로 했지만 지난해 발표된 가산율은 대체로 10% 내외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가산율로는 A형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이 더 유리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종서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장은 "B형 응시자를 위한 가산율이 크지 않아 성적이 중하위권인 학생들은 국어 영어 수학 모두 A형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13일 첫 모의평가를 치르고 나면 중하위권 수험생들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하위권 수험생들은 사실상 지원이 불가능한 상위권 대학만 포기하면 나머지 대학 입시에서는 A형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선택형 수능을 두고 유난히 혼란이 큰 수험생 집단은 교육대학에 진학하려는 교사 지망생들이다. 교대는 일반적으로 수능 성적이 1, 2등급 안팎이어야 진학할 수 있다. 인문계라면 국어 B형, 수학 A형, 영어 B형을, 자연계라면 국어 A형, 수학 B형, 영어 B형을 선택한 상위권 학생들만 지원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대부분의 교대는 전 영역에서 쉬운 A형을 치른 수험생도 지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인문계와 자연계 구분을 두지 않고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 교대의 특성 때문이다. 문제는 어려운 B형을 치른 학생들에게 부여하는 가산율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광주교대는 B형 가산율이 영역별로 5%에 불과하고 공주, 대구, 전주, 청주교대는 B형 응시자를 위한 가산율이 아예 없다. 상당수 교대들도 가산율이 10%에 미치지 못한다.

교대에 진학하려고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재수에 나선 윤모 씨(21·여)는 "교대만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쉬운 A형 수능을 선택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겠지만 다른 상위권 대학 진학이 어려워져 입시로 도박하는 것 같아 고민된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대학들은 지난해 결정한 가산율을 다시 조정할 기회를 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방의 한 교대 관계자는 "가산율을 정할 때는 자료가 많이 부족했다. 가산율을 다시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창완 대교협 입학전형지원실장은 11일 "전형 계획을 다시 수정한다면 오히려 혼란을 더 가중시킬 수 있다"며 "가산율을 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