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우선선발의 10가지 비밀
2014 서울대 우선선발 어떻게 준비할까
[154호] 2013.03.18
우선선발을 통해 본 서울대의 인재상은 확실히 변화했다. 최근 수시중심 체제인 만큼 거칠게 비유해 ‘외고형 인재의 몰락’과 ‘자사고형 인재의 부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수능을 중심에 둔 정시중심 체제에서는 성적 위주 평가였다면 수시중심 체제에서는 가능성과 열정 위주 평가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시중심 체제로 가면서 서울대 입시는 전공에 대한 열정, 다양한 지적 탐구의 여정을 종합적을 고려해 우선선발과 1단계를 진행하기 시작했고 면접구술을 통해 ‘시험용 지식’ 대신 지식의 질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2013 서울대 우선선발 케이스들을 분석해 2014 서울대 우선선발 준비를 위한 오해와 진실 10가지를 정리했다.
1. 성적과 활동의 균형이 중요하다
우선선발의 주인공이 되려면 우선 성적과 활동 간 균형을 잃지 말아야 한다. 우선선발 학생들은 최상위 성적을 바탕으로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갖췄다. 성적이 받쳐주는 가운데 다양한 활동을 해야지 단순히 활동만 많다고 우선선발의 영광은 돌아가지 않는다. 우선선발 합격자는 공통적으로 전교 10위권 내의 실력을 지키면서 전공에 맞는 다양한 교내 활동 전개했다. 활동이 많을 필요는 없었다. 어디까지나 성실한 학교생활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이뤄지는 것이 중요했다. 김학수 하나고 진학지원실장은 “우선선발된 학생들은 모든 면에서 뛰어난 학생들이었고 그 친구들이 우선선발됐을 때 학교에서 다 될만한 아이들이 됐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2. 전교1등 오히려 위험하다?
진폭 없이 꾸준했던 전교1등은 우선선발에서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 ‘밋밋한’ 전교 1등은 오히려 맘 편히 우선선발에서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우선선발 학생들을 분석해본 결과 우선선발은 주로 전교 2~8등 사이에서 나왔다. 절반 이상은 성적향상의 스토리가 있었다. 하나고 강병준(전기정보공학)군은 4.2등급에서 2.2등급으로 성적을 향상시켰다. 하나고 노명우(생명과학부)군은 1학년 때 4등급이던 성적을 2학년 때 2.4등급까지 끌어올렸다. 용인외고 황선영(경제학부)양은 입학 당시 7등이던 성적을 소폭이지만 꾸준히 향상시킨 끝에 전교2등으로 졸업했다. 전체 등급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과목에서 향상을 보인 경우도 많았다. 안산동산고 황보하은(생명과학부)양은 수학을 3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렸다. 논산대건고 전봉훈(건축학부)군은 세계적인 건축가라는 꿈을 가진 이후 영어를 향상시켰고 모의고사 전교1등을 기록하기도 했다고 썼다.
3. 과도한 스펙은 독이다
과도하게 화려한 스펙은 오히려 독이 된다. 의미 있는 교내활동 경력이 외부 스펙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공주사대부고 이솔빛(자유전공학부)양은 영어인증점수를 제외하고 외부 스펙이 거의 없었지만 당당히 우선선발의 주인공이 됐다. 주석훈 인천하늘고 교감은 “과도하다 싶은 화려한 비교과활동 경력은 자칫 가장 기본적인 학교 수업을 소홀히 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부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주 교감은 “실제로 2012학년 수시 특기자전형(현 일반전형)에선 한 지원자가 700시간이 넘는 다양한 봉사활동, 동아리 창설, 다양한 리서치 활동과 논문작성, 준수한 외국어 성적, 리더십 프로그램 이수 등 다양한 ‘스펙’를 갖고 지원했으나 불합격했다. 토플 만점, 영어 연극 연출, 외국인 통역봉사, 영어논문 5편 작성, 내신성적 양호, 다양한 리서치 활동, 모의유엔 의장 역임, 교내 모의유엔 디렉터 등을 내세운 지원자 역시 불합격했다”고 전했다.
각종 활동과 인증시험, 경시대회 참가 등은 성실한 학교 생활을 전제로 적당히 갖추는 게 유리하다. 주 교감은 “외국어인증성적이나 대외수상실적의 경우 지원한 모집단위와의 관련성은 물론 정상적인 교육과정 아래 교과성적과의 연관성, 지원자의 교육적 환경, 장래희망까지 다각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1단계 합격자 가운데 외국어인증성적은 없는 지원자도 많았고, TEPS점수는 692점 755점 830점 등 다양했다”고 설명했다. 주로 교내 교육활동에 성실히 참여하여 좋은 성적을 거둔 지원자들이 1단계를 통과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4. 일반고도 해볼만하다
서울대 우선선발이 다양한 교내 프로그램이 활성화된 자사고나 특목고에 유리한 지점이 있긴 하지만 일반고도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이다. 중요한 건 학생 스스로 교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데 있다. 일반고인 논산대건고의 전봉훈(건축학부)군은 교내에 마땅한 건축 동아리가 없어 스스로 동아리를 만들었다.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았다. 모자란 부분은 대학 건축캠프 참가를 통해 해결했다. 일반고 출신은 오히려 내신 관리 면에서는 유리한 측면이 있다. 상대적으로 내신 유지가 수월한 만큼 심화학습의 여력은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서울대는 결과가 아닌 과정에 방점을 찍고 있는만큼 불리한 환경에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보여 준다면 우선선발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5. 학교 안에서 해결하는 노력이 우선
활동의 무대는 학교 안에서 먼저 시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선발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교내 활동에 충실하면서 필요에 한 경우에만 교외 대회나 캠프 등에서 전공 관련 경력을 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100% 교내활동만 하고도 우선선발되기도 했다. 하나고 김학수 실장은 “하나고에서 합격한 학생들의 절반은 100% 교내 활동으로 채웠다고 봐도 무리가 없고, 나머지 절반도 교내와 교외 활동의 비율이 7대 3정도”라고 전했다. 하나고 노명우(생명과학부)군은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활동 3가지’에 대해 과제연구, 창의과학실험팀, 성적우수장학금 등 전부 교내 활동을 내세웠다. 자소서에서 교외 활동으로 언급한 것은 서울대 평생교육원에서 ‘미생물과 인류복지’라는 강연을 들었던 경험뿐이었다. 노군은 아예 지원동기란에 “지금까지 사교육은 배제하고 학교활동을 중심으로 역량을 키워왔다”며 교내활동에 치중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6. 진로 변경 상관없다
로드맵 설정이 오래될수록 유리하다는 ‘오해’로 학교 현장에선 ‘생기부 뜯어고치기’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우선선발에는 진로 변경사례도 많았다. 중요한 건 생기부를 뜯어고쳐 전력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진로 변경의 이유를 타당하게 설명하는 일이었다. 오히려 진로 변경의 과정을 설득력있게 제시하면서 희망진로에 대한 고민의 흔적과 열정, 지식을 드러낸다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공주사대부고 이솔빛양은 고2 때까지 일관되게 ‘미학과’를 지망하다가 자유전공으로 진로를 변경했다. 스스로 변경의 이유를 분명하게 인지했고 솔직하게 썼다. 예술에 관심이 많아 미학과를 지망했지만 연주봉사 활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음악공부라는 추상적인 목표가 생겼고 자유전공학부를 지망했다는 것이었다. 논산대건고 전봉훈군은 가장 위험한 케이스로 꼽히는 ‘의사를 지망하다 하위과로 진로 변경’을 한 케이스다. 고3 때 건축과로 변경한 전군은 건축동아리 창단, 건축캠프 참여 등으로 전공적합성 경력을 쌓는 한편, 건축물 드로잉으로 건축에 대한 열정을 피력했다. 타당성 있는 입증자료를 찾아 고민하던 전군은 고1 때 실시한 진로적성검사에서 건축가가 추천직종으로 선정된 결과표를 찾아냈고 증빙자료로 제출했다.
7. 수상만 실적이 아니다
교내활동에서 수상기록만 좋은 평가를 받은 것도 아니었다. 공주사대부고 이솔빛양은 그야말로 ‘학교생활만 열심히’ 해서 우선선발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양은 흔히들 있는 외부 수상도 없었고 교내상을 휩쓴 것도 아니었다.
일부 학교는 학생들이 수상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서 수상기록을 남발하는 전략을 펼치지만 수상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수상하지 못했어도 활동을 통해 느낀 점이 분명한 것이 더 중요했다. 용인외고 황선양(경제학부)양은 서울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하나쯤은 있는 외부 경시대회 수상내역이 전혀 없다. 경제학과를 목표로 하면서도 남들 다하는 테셋 등 경제경시대회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황양이 높은 평가를 받은 건 학교수업시간에 ‘맨큐의 경제학’을 공부한 것과 환경동아리 활동, 졸업논문 등이다.
8. 인문학적 소양 갖춰라
관심분야는 계열에 구속되지 않고 자연계열이라도 인문적 소양을 갖춘 경우가 많았다. 서울대는 지식의 넓이와 깊이를 겸비한 인재를 선호한다. 자연이나 인문 어느 한쪽에 편향되기보다 양쪽을 아우르는 지식적 균형을 갖춘 학생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김경범 교수는 “인문계는 수학적 영역을 아우르는 심화학습능력을, 자연계는 역사 문학 철학 같은 인문 관련 활동 경험을 갖추는 등 융합적인 학문추세에 맞는 능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안산동산고 황은실(전기정보공학부)양은 자소서 문항 가운데 ‘영향을 준 책 3권’으로 과학도서 2권 인문도서 1권을 들었다. 황양이 제시한 ‘집으로 가는 길(이스마엘 베아)’은 책가방 대신 총을 들어야 했던 아프리카 소년병의 자전적 소설로 인문학적 관심을 드러내는 책이었다. 하나고 최혜빈(화학생물공학부)양도 영향을 준 책 3권 가운데 2권을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장 지글러)’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무하마드 유누스)’ 등 인문 교양서적을 제시했고 한 권만 ‘엘리건트 유니버스(브라이언 그린)’라는 과학서적을 들었다. 하나고 최현웅(기계항공공학부)군도 ‘파피용(베르나르 베르베르)’이라는 소설책을 포함시켰다.
9. 책 선정으로 나를 보여줘라
결국 도서 목록은 융합적 사고능력과 창의력, 전공에 대한 열정을 드러낼 수 있는 목록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김경범 교수는 “지식의 질(자기주도적 학습)과 양(넓이와 깊이)을 키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독서”라면서 “책을 읽고 얼마나 폭넓게 이해하고 있는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지적 호기심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게 독서기록이다. 이 책을 왜 선택했으며 책을 통해 느낀 나만의 의미가 중요하다. 형식적이나 천편일률적인 독서기록은 이러한 요소를 반영하는 데 중요한 기회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서울대는 자소서의 독서기록을 중요한 비중으로 반영한다”고 말했다.
10. 예·체능 활동도 중요하다
우선선발 합격자들은 전공관련 활동 외에도 다양한 예체능 활동에 참여했다. 공주사대부고 이솔빛양은 합창과 오케스트라 동아리 활동을 가장 열심히 했다. 기억에 남는 활동에는 체육대회 이야기를 쓰기도 했다. 계주 주자로 반을 위해 노력한 과정을 썼다. 한일고 이용현(정치외교학부)군은 댄스부 활동을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 제시했다. 부장을 맡아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연습에 몰두하던 일과 축제에선 7곡을 완벽히 소화하고 기뻤던 일 등을 썼다. 학교 최초로 타 학교 동아리와의 합동 공연을 주도한 것도 내세웠다. 용인외고 황선영양은 학업활동에만 전념한 것이 아니라 배드민턴 마라톤 등산 등 다양한 스포츠활동을 통해 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썼다. 예체능 활동은 지원자의 적극성과 성품을 살펴볼 수 있는 역할도 한다. 학교생활에 활력은 불어넣고 성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예체능 활동이 있다면 과감하게 내세우는 것도 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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