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다잡기

최근 북 리뷰를 읽고(1)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7. 2. 28. 08:15

어제 용산 아이파크 백화점 문화센터 강연을 끝내고 집에 오는데 출판사에서 메시지가 왔습니다.

 

3월 강연 스케줄과 인터넷 서점들에 북 리뷰가 올라 왔으니 읽어 보라는 것이 었지요.

 

어제도 만만치 않은 하루였지만 할 일을  모두 마치고 무거운 눈꺼풀에  힘을 주며 북 리뷰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들께서 글을 올리셨더군요. 재미있는 것은 읽은 내용이다 싶었는데 다른 인터넷 서점에 글을 올리셨던 분의 글이었어요.  

 

아하~ 열심인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알리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서점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읽던 중 가슴이 뭉클한 리뷰가 있었습니다. 교육서는 대부분 부모님께서 읽으시지만 이 경우는 학생이었어요.

 

얼마나 적극적인지 놀랐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찬찬히 읽어 보고 마음이 참 착잡해졌습니다. 이 어린 아이에게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학생은 책을 읽으며 눈물이 났다고 했습니다. 감동해서가 아닙니다. 저만큼 해주지 못하는 부모님을 비교하고 있었고 저희 아이들을 부러워 했습니다. 그리고 강남 아이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썼더군요.

 

저는 무심코 던지는 어른의 말이 아이의 미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 알고 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6학년때 담임선생님이 그 분이십니다. 중학교 배정이 나고 1년 동안 가르쳐 주신 선생님께 친구 둘과 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그 때 선생님께서 저에게 "너는  너희 부모 재산만 믿고 공부를 안할 녀석이다." 라고 하시는 겁니다. 더 놀라운 것은 같이 간 친구 중 한 명에게 선생님께서 "너는 내가 대학 들어갈 때 등록금이 부족하면 대 줄터이니 열심히 공부해라!" 라고 하셨습니다.

 

어린 나이에 충격이 컸습니다. 그런 말을 직접 하다니. 그 선생님께서는 육성회 회장이신 저희 부모님께 가끔 자금 후원을 요청하시기도 하는 그런 분이었습니다. 저는 그 분께 저희 부모님께서 어떻게 해 드렸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분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분의 그 말씀이 평생을 갔습니다. 그 이후 제가 재수한다고 동창이 얘기했더니 그럴 줄 알았다고 하셨다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고3때 담임선생님께서 S대에 넣기 위해 권하던 학과에 그냥 가버릴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관심도 없는 그 학과에 넣어 볼까하는 생각이 난 것은 순전히 그 선생님 때문이었습니다. 보란 듯이 그 분을 찾아가 한번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미련한 선택은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대학 때 교직이수를 안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선생님이 되기 싫습니다. 아이에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지요. 혹자는 나쁜 기억 때문에 좋은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더라고 하던데 저는 정반대 입니다. 그 때 친했던 친구와도 자연히 멀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가 뭐하고 사는지 지금도 궁금합니다. 

 

그런데 한 아이가 제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을 하게 하다니. 이 아이를 따로 만나 얘기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나쁜 기억이 얼마나 자신을 피곤하게 만드는지 말입니다. 가끔 살아가면서 그 기억이 주는 좋지 않은 영향을 경험해 봤기 때문입니다. 그런 아이가 다시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주변에 그런 아이가 있다면 연락 주세요. 꼭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저도 책에다  15세이상 읽을 수 있다는 표시를 써야 할까요?(농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