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이야기

임재춘 교수의 자연계열 논술 글쓰기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7. 11. 3. 22:30
신문 기사처럼 주장을 앞에 써라
 
임재춘 교수의 자연계열 논술 글쓰기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글) bangji@chosun.com
 
 

통합논술 도입에 따라 올해부터 인문계뿐만 아니라 자연계 논술을 시행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수식과 표에 익숙한 자연계열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글로 담아내는 논술을 쓰는 것은 쉽지 않다. 논술을 시행하지 않는 대학에 지원하거나 반영비율이 낮은 대학을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자연계 학생들이 논술을 어렵지 않게 느끼며 글을 잘 쓸 수 있는 것일까.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의 저자인 국민대학교 객원교수 임재춘씨에게 그 비법을 들어봤다.


글쓰기 지침을 배워야

“한국 사람들은 한번도 제대로 된 글쓰기 방식을 배워본 적이 없다” 임씨는 이렇게 강조했다. 초·중·고 12년 동안 글쓰기 지침에 관한 교육을 받아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3多(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 정도일 뿐. 구체적인 방식이 없다는 원인을 들었다. 인문계의 경우 문학이나 국어를 배우는 시간이 많아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자연계열 학생들은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당연히 그는 글쓰기 지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Technical Writing(기술적 글쓰기)’. 그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글쓰기 지침이다. 정형화된 글쓰기 구조를 익혀 어떤 글이든 구조에 대입해 편하게 쓰자는 얘기다. 임씨는 “굳이 자연계열 학생들이 문학적인 기법을 가미해 글을 예쁘게 쓸 필요는 없다”며 “기본적인 구조를 바탕으로 간략하고 단순하게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임재춘 교수 /김승완 기자 wanfoto@chosun.com

‘Technical Writing’이란

간단히 말해 기사체에서 흔히 쓰는 피라미드 구조로 글을 쓰는 것이다. 주장은 두괄식으로 먼저 제시한다. 그 다음 그것이 말하는 근거 2~3가지를 제시한다. 그리고 각각의 근거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통해 증명한다. 마지막으로는 그것을 합해 주장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다.

예를 들어, 일본의 역사왜곡 현상에 대한 논제가 나왔다고 치자.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주장을 맨 먼저 제시한다. 그 다음 ‘왜 독도가 우리땅’인지를 근거를 나열한다. ‘실효적 지배’ ‘역사적 사실’ ‘법률적 효력’ 정도를 제시하고, 그 다음 각각의 근거를 뒷받침하는 사실을 나열한다. ‘실효적 지배’는 지금껏 우리가 독도를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역사적 사실’은 역사 문헌을 통해 독도가 우리땅이라는 사실을, ‘법률적 효력’은 다른 나라나 우리나라의 문헌을 통해 독도가 법률적으로 우리땅임이 명시된 판례 등이 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사실들을 통해 ‘독도가 우리땅’임을 재강조한다.



글의 구조 익히기

임씨는 자연계열 학생들이 글을 쓸 때 글의 구조가 저절로 떠오를 만큼 ‘Technical Writing’을 계속해서 연습해보기를 권한다. 어떤 글이든 체계적인 틀 안에 넣는다면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막힘 없이 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연습은 신문 사설을 이용해 글의 구조가 잘 잡힌 글을 뽑아보고, 그렇지 않은 글은 고쳐 쓰기를 해보는 방식이다. 또한 그는 자연계열 학생들이 글쓰기 방법을 쉽게 배울 수 있는 책으로 이외수의 ‘글쓰기의 공중부양’과 자신의 저서인 글쓰기 시리즈를 추천했다.

임씨는 “자연계열 논술은 글쓰기 기술이 아닌 논제에 대한 답을 간결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을 보는 것”이라며 “포기하지 말고 연습을 꾸준히 하면 누구나 고득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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