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교육과정

“싱가포르에 한국이 늘 뒤지는 이유요?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7. 12. 22. 14:06
“대학이 변해야 한국이 삽니다”
 
[커버 스토리] ‘경쟁력 심판長’ 피터 로랑지 IMD총장

한국 경쟁력 성적표, 왜 초라한가?
사람은 뛰어난데… 키우지는 못하고
'행동의 속도'는 빠른데… '생각의 속도'는 느리고
김덕한 산업부 기자 ducky@chosun.com 
 

싱가포르에 한국이 늘 뒤지는 이유요? 대학교육 항목을 보세요. 싱가포르는 1위, 한국은 40위입니다. 28위인 중국보다도 무려 12위나 뒤처져 있어요.”


피터 로랑지(Peter Lorange·64) IMD(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 총장의 답은 명쾌했다. 스위스 로잔의 세계적인 경영대학원인 IMD는 매년 국가경쟁력 순위를 조사, 발표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IMD가 발표한 올해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29위, 싱가포르·홍콩은 2·3위를 차지했다. 경제 규모에서 한참 뒤지는 싱가포르, 홍콩보다 한국의 경쟁력이 뒤처지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굳어지는 듯하다.


그 이유를 묻자 로랑지 총장은 의외로 간단히 답했다. 그는 탁자 위에 놓인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 항목들 중 ‘대학교육’ 부문 평가 결과를 모니터에 띄웠다. 그리고는 당장의 한국뿐 아니라 미래의 한국에 대해서도 걱정했다.


“한국의 대학교육 순위는 국가경쟁력 종합 순위보다 훨씬 더 떨어져 있죠. 고등교육은 당장의 국가경쟁력뿐 아니라 미래의 경쟁력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한국은 대학교육 항목에서 전체 경쟁력 성적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해요.”


그는 싱가포르의 고등교육이 앞서가는 이유로 “선진국의 교육제도와 우수 인재를 과감히 받아들여, 대학교육에 본격적인 경쟁체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 나라에서 키운 인재가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해야 하는데 고등교육도 당연히 글로벌 경쟁을 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고, 싱가포르는 과감히 문을 열고 선진 교육체제를 벤치마킹했기 때문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1993년 IMD 총장에 취임, 15년째 총장직을 역임하고 있는 로랑지는 ‘경쟁력’ 전도사다. 그는 세계 각국의 경쟁력을 분석,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각국을 돌며 조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심판을 보고 훈수를 두는 그 자신의 경쟁력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IMD의 성과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의 재임기간에 IMD는 유럽 최고의 비즈니스스쿨로 확고히 성장했고, ‘가장 이익을 많이 내는’ 학교로 변신했다. 빚더미에서 벗어나 재정 자립을 이뤘고, 재정 규모를 3배 이상 키웠다.


그는 총장 취임 이후 기업 CEO(최고경영자)보다 더 심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 보수적이기 짝이 없는 유럽 대학문화를 송두리째 바꿨다. 그의 개혁 키워드는 ‘경쟁’이다. 잠자는 대학에 경쟁의 바람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교수들의 최종 목표인 종신교수(tenure) 제도를 없앴다.

“종신교수제도는 ‘잠잘 수 있는 면허증’(license to sleep)이고, 경영대학원의 고객들인 학생과 기업이 전혀 원하지 않는 제도입니다.” 로랑지 총장은 “학교에 들러붙어 학생과 기업들에 해를 끼치는 제도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조교수(assistant professor), 부교수(associate professor) 같은 권위적인 타이틀도 없애고 교수(professor) 하나로 통일했다. 그는 “우리의 고객(clients)은 브레인과 일하길 원할 뿐 그들이 젊은지, 늙었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종신보장을 받든 안 받든 뛰어난 연구성과를 꾸준히 내는 사람은 학교가 더 좋은 대우로 붙잡을 수밖에 없는데 제도가 중요한가요.” IMD 교수들의 연봉은 기본급보다는 성과에 따른 보너스로 결정된다.


그는 선택과 집중의 원리를 조직에 도입했다. 학교의 재원을 정식 MBA(경영학 석사) 과정에 집중시켜 세계적인 명문으로 키웠다. IMD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집계 MBA 순위에서 2004~2005년까지 세계 전체 MBA 가운데 1위를 차지했고, 작년과 올해에도 2위에 올랐다.


로랑지 총장은 대신 공공전문가 프로그램(public executive program), 맞춤형 프로그램(private, tailored program) 등 다양한 과정을 신설해 수입의 80% 이상을 확보하는 수익구조를 만들었다. IMD MBA과정에는 전 세계 유능한 학생들이 몰려들어 매년 1000대 1에 달하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Weekly BIZ는 최근 방한했던 로랑지 총장을 인터뷰, 경쟁력 판관(判官)의 한국 진단을 들어봤다. 로랑지 총장은 분홍빛 체크무늬 넥타이에 옅은 푸른빛 셔츠로 멋을 냈고, 온화한 표정을 시종 지었지만, 대답은 분명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 채승우기자 rainman@chosun.com

“한국은 폐쇄돼 있습니다. 개방해야 합니다.”


“한국은 스피드가 부족합니다. 더 빨라져야 합니다.”


“아시아의 금융 허브? 그런 ‘너무 어려운 것’을 하려 하면 안 됩니다.”


‘한국을 폐쇄적인 나라’로 분류한 그의 주장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까지 체결했는데요?”라고 반문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평가는 상대적인 것이지요. 한국인이 한국에 대해 스스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보다는 자신이 처한 위치를 냉정히,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한국이 개방에 대한 제도적인 면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하더라도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실질적인 차원에서 개방적이고, 공정한 경쟁 체제를 갖췄느냐는 다른 문제라는 것. 이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바로 IMD를 비롯해 세계기관들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 점수라는 얘기다.


‘아시아의 금융허브’ 같은 국가적 목표도 구호 차원에서 벗어나려면 경쟁국가들과의 냉정한 비교를 통해, 장단점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짜야 하며, 굳이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매달리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그는 고등교육의 문제점 이외에 한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노사(勞使)관계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노동 부문은 극도로 비효율적이고, 수시로 일어나는 파업과 노사 관계의 경직성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민간 부문에서 가장 시급히 개혁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경쟁력 판단에는 기업인 시각이 유용”


―IMD가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보고서는 매년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IMD 국가경쟁력 조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IMD의 보고서가 관심을 끄는 데는 세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외부 세계에 대한 가장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죠. 우리 연구원들은 과학적인 방법을 이용해 중립적인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1년 내내 여기에만 매달리고 있는 전임 담당자들이 있으며, 세계적으로 26명의 연구원들이 자문을 합니다. 또 하나는 경쟁대상이 되는 60여개국의 과학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죠. 80%는 사실이고, 20%는 오피니언에 기반한 데이터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데이터는 객관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경쟁자인 WEF(세계경제포럼) 보고서는 75%가 의견에 기반한 데이터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더 객관성을 담보로 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우리의 보고서가 기업인들에게 유용하다는 사실입니다. 기업인들의 시각에서 필요로 하는 경쟁력을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IMD의 조사는 지나치게 기업인들의 시각에서만 바라본다는 비판도 있지 않습니까?


“경쟁력을 제대로 판단하는 데에는 기업인들의 시각을 기준으로 하는 게 상당히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의 경쟁력 조사분석 보고서는 삼성이 어떤 지역에 사업을 확장하고 싶다고 할 때 좋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보고서는 정부를 주된 타깃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WEF의 경우 국가 정부에 관심이 많지만 우리는 좀더 비즈니스적인 시각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우리는 이것이 장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기업인의 시각에서도 정부는 국가 경쟁력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요?


“나는 이제 기업의 활동이 이미 국가를 뛰어 넘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이나 현대는 더 이상 ‘한국의’ 기업이 아닙니다. 이들은 이제 글로벌 기업들입니다. 세계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기업들의 활동 반경 역시 이제 세계를 무대로 합니다. 물론 금리를 조절하고, 국가 경제의 목표 전략을 세우는 국가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10년 전이나 5년 전보다는 훨씬 그 중요성이 떨어졌습니다.


이제 한 국가의 경쟁력은 기업들의 경쟁력에 기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대학들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중국 바오산강철은 피아트(FIAT)에 가장 많은 철강을 제공합니다. 이제 세계화된 기업의 경우엔 누가 주인이냐는 문제보다는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경영진들과 중간 관리자들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이슈는 기업이 과연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이죠.”


■“한국 최대 약점은 느린 정부, 권위적 구조의 민간부문, 노사관계 경직성”


―한국인들은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정부의 경쟁력이 매우 낮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한국인들의 통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올해 평가된 국가 경쟁력의 경우 중국은 15위, 홍콩은 3위, 한국은 29위입니다. 한국은 이 정도 레벨에서 계속 머물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정부 부문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죠. 정부의 경우 중요한 것은 더 이상 형식상의 개혁(reform)이 아닙니다. 그보다 정부의 정책 실현 속도를 높이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개혁은 이미 많은 국가들이 자기 사정에 맞게 모두 똑같이 실시하고 있는 겁니다. 민간 부문의 경우에도 한국과 중국은 아직 권위적입니다. 따라서 민간 부문 역시 구조조정이 필요합니다. 또 하나 한국의 경쟁력 지수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노조문제입니다. 한국의 노동 부문은 극도로 비효율적이죠. 수시로 일어나는 파업과 노사 관계의 경직성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정리하자면 한국 정부의 경우 방향은 좋지만, 속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중국은 매우 빨리 변화하고 있죠.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좀더 개방성을 지녀야 합니다.”

―한국인들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도 체결했고, 예전보다 훨씬 개방적으로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부의 효율성은 몰라도 속도까지 그리 늦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요.


“우리가 발표하는 경쟁력 순위는 ‘상대적’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따라서, 물론 국내 경기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고, 국가적 아젠다(agenda)가 바깥 세상이 아닌, 내부적인 문제들에만 집중돼 있다면 속도가 떨어진다고 간주할 수밖에 없죠. 따라서 ‘우리의 문제가 뭐지?’ 보다는 ‘지금 다른 국가들은 무엇을 하고 있고, 우리는 그에 비해 얼마나 떨어져 있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고, 국제적인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 게 바로 우리가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지수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경쟁력 측면에서 항상 세계의 모든 국가가 열심히 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한국은 좀더 밖을 보도록 노력해야 해요. 중국은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학교에 와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더라도 중국의 경영자는 많지만, 한국인들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한국이 이제 국내 정치나 경제에만 집착하지 말고 좀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한국은 발전이 덜 됐을 땐 다른 국가들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라도 바깥 세상의 움직임과 해외에선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에 비해서 오늘날은 좀더 폐쇄적이 된 듯해요.”


―폐쇄적이란 말은 상당히 충격적이군요. 아직까지 한국이 폐쇄적으로 보이나요?


“나는 오랫동안 한국을 매우 면밀히 관찰해 왔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의 경우에도 오늘날 인력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은 어떤 분야에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예를 하나 들어보죠. 조선(造船)업의 경우, 25~30년 전 일본이 유럽을 꺾고 조선업계의 1위를 차지한 것은 높은 품질과 낮은 비용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이 이를 다시 따라잡았죠. 오늘날은 중국이 한국을 추격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늘 비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은 이제 한국이 만들어 놓은 공간(space)을 지켜야 합니다. 한국이 계속 1위를 했기 때문에 한 곳에 안주하고, 생산성 면에서 뒤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나 걱정이 됩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해요.”


■“우수한 인재들이 염증을 느끼는 교육… 이것부터 해결하라”


―한국은 동북아 물류·금융 허브가 되겠다는 것을 국가적 비전 중 하나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생각해 보죠. 금융 부문에선 홍콩이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인구는 5000만 명이고 중국의 인구는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홍콩은 바로 중국의 일부입니다. 이 아주 단순한 사실은 큰 시사점을 던져주죠. 일본 도쿄도 금융부문에서 잘 발달돼 있죠. 이런 지정학적 여건과 특히 금융허브 경쟁이 극도로 치열한 상황에서 한국이 금융 허브가 된다는 것은 매우 힘든 과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이제 세계적인 제조업 국가가 됐습니다. 한국도 금융 부문뿐 아니라 기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제조업 부문을 더 키울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국이 수출 강국이라는 사실은 분명 한국이 물류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는 말도 됩니다. 따라서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더 빠르게 치고 나가는 전략을 구사해 봄직합니다. 자신의 산업에 장점이 있어야 이를 활용해 경쟁할 수 있죠. 금융의 경우엔 일본, 홍콩 등과 맞서 싸우기 아마 힘들 것입니다.”


―제조업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가전과 IT, 자동차, 조선 산업 등 한국이 기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를 잘 봐야 합니다. 이 분야들에서 끊임없는 혁신을 해야 해요. 혁신이란 기적을 일으키라는 게 아닙니다. 진정한 혁신은 한국이 가진 근면성을 통해 기존의 강점을 가진 분야를 더 빠르게 일구는 것을 말합니다. 한국이 가진 가장 큰 자산 중 하나가 바로, ‘사람’이죠. 한국의 높은 교육열과 인재들의 질은 지속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이는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고, 그만큼 국제적으로 한국인들의 힘이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적절한 교육을 통해, 이런 한국인들이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한국의 공교육이 무너지고 교육 경쟁력이 떨어져 많은 한국 학생들이 유학을 떠나고 있는데 이 점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두 가지 이슈가 있습니다. 일단 고급 교육 부문의 경우엔 한국이 굉장한 진보를 일궜다고 생각합니다.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같은 곳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죠. 하지만 두 가지 부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첫째, 한국이 획일화된 교육체제에서 창의성을 키워내지 못하고, 학생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교육체제가 무너지는 것은 국가 경쟁력에서 엄청난 마이너스 요인이 됩니다. 또 하나는 한국 학생들이 지나치게 미국으로만 간다는 것이죠. 물론 미국은 초강대국이고 ‘우리가 모든 답을 갖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렇게 되면 세계의 한 단면만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한국인들은 좀더 국제적이고 개방적으로 변해야 합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호주, 유럽 등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합니다. 좀더 넓게 봐야 해요.”


―한국은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에 근접하고 있지만 IMD 보고서가 발표하는 경쟁력은 늘 30위권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홍콩은 2, 3위를 차지했죠. 한국이 외형적 실력에 비해 안 좋은 성적표를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로랑지 총장은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 모니터에 ‘대학교육’ 부문 경쟁력 평가 항목을 띄웠다.)


“이것 보세요. 싱가포르는 1위, 홍콩은 22위, 한국은 40위입니다. 28위의 중국보다도 무려 12위나 뒤처져 있어요. 싱가포르는 교육에도 문을 열고 선진국의 교육제도와 인재를 과감히 받아들였습니다. 고등교육의 경쟁력은 국가경쟁력, 특히 미래의 경쟁력을 좌우합니다. 한국은 이 항목에서 전체 경쟁력 성적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좀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 ▲ 국제경영개발대학원 IMD 피터로랑쥐 총장 한국 경제에 대해 말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입력 : 2007.12.21 23:21 / 수정 : 2007.12.22 1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