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학, 입시(入試) 자율 얻는 만큼 고민하고 책임져야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8. 1. 15. 20:59
 
 

[조선일보 사설]

대학, 입시(入試) 자율 얻는 만큼 고민하고 책임져야

입력 : 2008.01.14 22:53 / 수정 : 2008.01.15 01:09

 
서강대는 修能수능 점수만 제대로 공개되면 내년 입시부터 정시모집에서 논술고사를 보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화여대, 중앙대도 같은 생각이라고 한다.

대학들이 논술을 강화했던 것은 현재의 내신과 수능만으론 수험생의 우열을 가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정권은 내신에선 학교 間간 학력차를 반영 못하게 만들었고 수능은 等級등급만 매기게 했다. 그 결과 대학은 수험생 간의 학력 차이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大入대입 논술에서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어려운 문제들을 출제했고 이 때문에 수험생들이 적지 않은 고통을 받았다. 앞으로 수능 등급제가 폐지되고 내신이 믿을 수 있게만 된다면 대학이 따로 본고사型형 논술을 치를 필요도 줄어들 것이다.

대학이 입시 자율권을 갖게 된다는 것은 대학이 자신들의 기준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자유를 얻게 되는 대신 그에 따른 무거운 책임도 지게 된다는 말이다. 公正공정한 입시는 물론 고교 교육을 정상으로 되돌릴 책임도 져야 한다. 미국 대학에선 數値化수치화된 성적만 갖고 신입생을 뽑지 않는다. SAT(학력고사) 점수가 같아도 교육 여건이 불리한 학교에서 공부한 학생의 성적을 더 쳐준다. 어떤 학생의 내신이 갑자기 떨어졌더라도 부모가 이혼한 집안 사정 탓이 아닌지까지 따지는 식이다. 서클 활동, 사회 봉사도 얼마나 꾸준하게 열정을 갖고 독창성 있게 했는지 판별하려고 노력한다.

수험생의 자질과 潛在力잠재력을 다양한 관점에서 파악하려면 그만큼 비용과 노력이 들 수밖에 없다. UC버클리엔 1년 내내 전형업무만 맡는 입학사정관(Admissions Officer)을 60명 두고 있다. 하버드는 30명이다. 입학사정관들은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해외 출장도 다닌다. 작년 예일, 코넬 등 미국의 9개 명문대가 민족사관고에 입학사정관을 3~4명씩 보내왔다. 입학사정관을 20년, 30년 하는 사람도 많다.

대학이 각각 독자적 기준과 재량권을 갖고 신입생을 뽑게 되면 입시 경쟁도 다양해진다. 수험생들은 자신들이 쌓아 온 재능과 자질, 취향을 높이 평가해 줄 대학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민사고에 학생 서클이 100개를 넘는 것은 선진국 대학으로 진학하길 희망하는 학생들이 다양한 소질을 계발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고교 생활도 풍성해진다.

대학입시 자율화가 국가시험과 고교 내신에만 의존해 기계적으로 合합·不合格불합격을 가르는 것이 돼 버리면 수험생도 성적을 향한 決死的결사적이고 消耗的소모적 경쟁을 할 수밖에 없게 돼 私敎育사교육의 폐단이 고스란히 되살아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