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명문대-고교 “영재 모셔라”… 장학금 주고 또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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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학자금 보조를 신청하면 입학사정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지 않을까…."
미국 명문 사립대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강한별(12학년·한국의 고3·버지니아 주 거주) 양은 최근 학비지원신청(FAFSA·연방학비지원·사립대학들도 학비 지원 여부 심사 기준으로 사용함)을 할지 한동안 망설였다. '사립대는 등록금이 주요 수입원일 텐데 이왕이면 학비를 다 내겠다는 학생을 선호하지 않을까'하는 짐작에서였다.
강 양은 하버드대 예일대 등 동부 사립대 진학을 꿈꿔왔지만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부모님의 형편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학비가 저렴한 주립대 진학도 진지하게 생각해 왔다.
그러나 강 양의 상담을 받은 대입 상담가들은 한결같이 "미국 명문대들은 훗날 자기 학교를 빛내줄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는 게 최대 관심사라는 점을 잊지 말라"며 "입학사정에서 전혀 불이익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고 학비보조를 신청하라"고 강조했다.
재정 문제가 입학 사정에 고려대상이 아님을 뜻하는 '니드-블라인드' 정책을 명시한 대학의 경우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대부분 명문대가 이 정책을 택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단 '니드-어웨이'라고 명시한 대학의 경우엔 지원자의 재정 상태가 입학사정에 고려대상이 된다.
미국 최고 명문대학과 명문 사립고교들이 우수한 학생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학비 보조 제도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하버드대에서 시작된 파격적인 학비 감면 제도는 캘리포니아공대, 펜실베이니아대, 듀크대, 예일대 등 주요 명문 사립대 대부분으로 확산되고 있다.
저소득층 자녀 학비 감면 제도는 1998년에 프린스턴대가 가정소득 연 4만6500달러 이하의 학생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최근 상당수 대학들은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복지 차원'에 그치지 않고 중산층 가정의 우수 학생들을 집중 겨냥하고 있다.
사실 미국 중산층은 학비 부담이란 측면에서 가장 곤란을 겪는 계층이라 할 수 있다. 학자금보조를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저소득층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력으로 학비를 낼 수 있는 고소득층도 아닌 중산층 가정 학생들은 결국 성적이 우수해도 사립대를 포기하고 주립대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우수 인재들을 놓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명문 대학들이 머리를 짜내고 있는 것이다.
학비 감면 폭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금주 초 학비 감면제도를 발표한 예일대에 따르면 학부생 5300명 가운데 43%가 등록금 경감 혜택을 받게 된다.
연소득이 12만 달러가 넘는 중상층 가정 학생도 등록금을 경감 받아 연소득의 10%만 내면 된다. 연소득 6만~12만 달러일 경우는 적게는 소득의 1%, 많게는 10%까지 차등 적용된다. 등록금을 면제받기 위한 기준도 현 4만5000달러에서 6만 달러 이하로 확대됐다.
학비가 사립대 못지않게 비싸고 입학경쟁이 치열해 '명문가 자제와 소수 엘리트만의 전당'으로 불렸던 동부 사립고교들도 중산층 이하 출신 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엑시터 필립스 아카데미는 지난해 말 부모소득이 7만5000달러 이하인 학생에게는 수업료 전부를 면제한다고 발표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금융자산이 1억 달러(9500억원)에 도달했다"며 "최고의 학생유치를 위해서라면 몇만 달러의 수업료 수입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세인트 폴 고교 역시 최근 6만5000달러를 기준삼아 "전액장학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이 학교 윌리엄 매튜스 교장은 지난주 본보와 인터뷰에서 "우수한 학생이라면 학비 부담 능력에 관계없이 최고의 교육환경을 제공받아야 한다"며 "연간 학비가 4만 달러를 넘어서지만 수업료 부담능력과 무관하게 가장 우수한 미래의 인재들을 우리 학교에 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학비를 아무리 높여도 전세계에서 최고 인재들이 몰려들어 해마다 경쟁률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이들 학교들의 학비지원 확대 경쟁은 "더 우수한 학생을 한명이라도 더 뽑는게 학교를 발전시키는 길"이라는 인식의 산물이라고 교육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물론 사립학교들의 고액 학비에 대한 여론과 의회의 따가운 시선을 감안한 측면도 없지는 않다.
학비 보조는 주로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에게 해당되지만 대학의 경우 학교에 따라 외국 유학생들에게도 나름의 재산 판단 기준을 통해 적용하는 곳이 많다. 사립고교의 경우 아직 외국 유학생에게 혜택을 주는 곳은 드물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콩코드(뉴햄프셔주)=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미국인 학생 40%이상 장학금 혜택
최고 교육환경서 미래지도자 육성▼
‘파격적 전액 장학금’ 세인트 폴 사립高매튜스 교장
1년 학비가 4000만 원인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은 얼마나 특별한 걸 배울까. 왜 이런 학교들은 전액 장학금을 앞세워 우수 학생들을 끌어 모을까.
미국 대통령 후보 예비경선이 치러진 뉴햄프셔의 주도(州都) 콩코드에 위치한 세인트 폴 고교는 자타가 공인하는 명문 사립고다. 2004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존 케리 상원의원, 로버트 멀러 연방수사국(FBI) 국장 등을 배출했다.
이 학교 졸업생인 윌리엄 매슈스(사진) 교장은 “최고의 교육환경에서 미국의 미래를 이끌 인재를 가르친다는 교육 목표를 위해 장학금 수혜자를 계속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슈스 교장에 따르면 지난해 약 1100명이 이 학교에 지원해 22%만이 합격했다. 그는 “지원자의 75∼80%는 충분히 입학할 자격이 있다”며 학생들의 우수함을 자랑했다. 이 학교에는 한국인 학생도 28명이 재학 중이다.
또 이들 합격자 중 34%는 장학금을 받았다. 전체 학생 수의 17%인 외국인 학생에겐 장학 혜택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미국인 학생의 40% 이상이 장학생인 셈이다.
―이처럼 장학금 지원을 확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래의 미국 지도자를 키워 낸다는 자부심을 가진 우리 학교에 학업 성적, 리더십 자질, 음악 예술 체육 분야의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재를 적극 유치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수업료 부담 능력과 무관하게 가장 우수한 미래의 인재들을 데려오고 있다.”
―학생들에게서 미래의 지도자라는 책임의식이 엿보이나.
“우리 학교는 ‘내가 좋은 교육을 받고 잘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가르친다. 리더십 교육이란 사진 찍고 멋진 연설을 하는 게 아니다. 어린 나이에라도 어려운 결정을, 때로는 우정을 해치더라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 학교 교실 입구에는 ‘명예조항(Honor Code)’이 붙어 있다. 부정행위나 표절을 금지하는 조항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내용. 그러나 ‘동료의 불명예스러운 행동을 알게 된다면 학교의 명예를 위해 보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우정을 해치더라도’라는 말은 이런 상황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
―보고하지 않은 학생도 처벌되나.
“보고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처벌은 없다. 그러나 대단히 실망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더글러스 딕슨 학생담당 교감)
―강의당 평균 학생 수가 11명이다. 문학 철학 과학 외국어 등 일반 과목에서 뛰어난 교육이 진행된다는 건 짐작할 수 있겠다. 그러나 뭔가 다른 교육이 있다면….
“우리 학교의 기도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삶의 충만함을 즐기는 가운데 친절함을 잊지 말게 하소서. 친구에게 이기적이지 말게 하시고, 우리보다 덜 행복한 이들을 늘 마음에 두며 타인의 고통을 내가 감당하게 해 주소서.’ 학생들은 명예 절제 봉사를 통해 미래를 준비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다.”
―좋은 대학 진학을 위해 학교가 독려하는 프로그램이 있나.
“우리 학생들은 삶의 동기가 매우 충만해 있다. 교장인 나는 학생들에게 ‘좀 천천히 하라’고 말한다. 달려가는 것 외에 짬을 내 호흡을 가다듬는 일도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캠퍼스 한편에 있는 호수로 산책에 나설 것을 권할 정도다. 하지만 학교 숙제는 물론 무용 체육 토론클럽 봉사활동 등 과외활동이 너무 많아 학생들은 정신없이 바쁜 생활을 한다.”
콩코드(뉴햄프셔 주)=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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