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의 목표

10년 배워 입도 벙긋 못하는 영어 교육 확 고치라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8. 1. 28. 17:21

10년 배워 입도 벙긋 못하는 영어 교육 확 고치라

 
입력 : 2008.01.27 22:48
 
새 정부가 영어교육을 확 뜯어고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고교만 졸업해도 웬만한 생활영어를 거침없이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영어교육에 드는) 막대한 투자를 감당할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영어 교육 강화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소리도 적지 않다. 어려서부터 영어를 배우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주체성(主體性) 또는 정체성(正體性)에 혼란이 올 수 있다는 거다. 공연한 소리다. 어린 나이에 영어 교육을 시작하는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국민이 주체성이나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 분명한 건 지금처럼 10년 넘게 영어를 배워도 외국인 앞에선 입도 벙긋 못하는 영어교육은 돈 낭비, 시간 낭비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 해 15조원이라는 영어 사(私)교육비의 일부만 투입해도 학교 영어 교육을 몰라보게 바꿔놓을 수 있다. 먼저 초등학교 영어수업부터 늘려야 한다. 우리는 초3이 돼서야 영어를 가르치지만 중국은 초등 1~2학년 때 한 해 75~105시간씩, 말레이시아는 초등 1~3학년에 116시간씩 영어 수업을 한다.

둘째, 능력 있는 영어 교사를 늘리는 게 관건이다. 영어를 영어로 가르치는 수업(Teaching English in English)은 한 반 20명이 넘으면 불가능해진다. 전국 초·중·고교가 1만1000개인데 영어 교사는 2만9000명밖에 안 된다. 학원강사, 외국생활 경험자 가운데 자격 있는 사람을 채용하고, 영어 교사 연수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영어 수업은 수준별 분반(分班)으로 해야 한다. 외국서 살다 온 아이, 어려서부터 영어를 배운 아이와 이제 막 시작하는 아이를 함께 가르쳐선 수업 효율을 높일 수 없다.

넷째, 어려서부터 늘 영어를 접하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한 방법이 외국 영화·드라마·다큐의 영어를 그대로 내보내는 TV 방송이다. 국민의 70~80%가 영어를 구사하는 북유럽 나라들은 영어 프로그램의 대사(臺詞)를 자국어(自國語) 더빙 대신 자막으로 처리해 효과를 봤다.

말레이시아는 2003년부터 초등학교 수학·과학도 영어로 가르쳐 왔다. 국민의 영어 사용 능력을 높여 국가 발전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려면 학교 교육에서 영어라는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