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교육과정

영어 공교육 완성…' 공청회 날카로운 설전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8. 1. 31. 16:47

"교사도 학원 다녀야" "교사 기죽이지 말아야"

 영어 공교육 완성…' 공청회 날카로운 설전

일선 교사들, 공교육 강화 원칙엔 찬성
학부모들 "再교육이 나라만의 몫인가"
李위원장 "역량 떨칠수 있게 정부지원
"

 

정성진 기자 sjchung@chosun.com 
입력 : 2008.01.31 02:39 / 수정 : 2008.01.31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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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전 10시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실천방안 공청회'에서 논란이 된 핵심은 '영어 교사'였다. 영어 수업은 영어로만 진행한다는 인수위의 방침이 실현되기 위한 기본조건인 '영어로 영어 수업을 할 수 있는 교원의 확보'를 놓고, 현직 영어 교사에 대한 옹호와 비판이 날카롭게 오갔다. 전반적으로 참석자들이 인수위의 계획에 찬성한 것과는 사뭇 달랐다.

    회의는
    이경숙 인수위원장 등 인수위 위원, 교수 등 교육 전문가, 일선 교사, 학부모 등 11명과 일반 방청객 수십 명이 참여했다.

    학부모의 입장을 대표해 참석한 인간교육실현 학부모 연대의 이경자 운영위원은 특히 "영어 교사라는 분이 인터넷에 '그래, 내 영어 실력 어디 한번 향상시켜 봐라'라고 인수위의
    영어 공교육 강화 정책에 대해 쓴 걸 봤다"며 "선생님들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경자 위원은 "인수위의 계획을 보면 현직 영어 교사들의 재교육을 국가가 하는 것으로 돼 있고 다른 토론자들도 국가가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 남편도 그랬고 사람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간 쪼개고 없는 돈 쪼개서 영어학원에 다닌다"며 "사교육 시장에 가셔야 할 분들은 영어 교사들이라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학부모의 입장이 가장 중요한데 왜 마지막에 발언 기회를 주느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영어공교육완성을 위한 실천방안 공청회’에서 이경숙 인수위원장(사진 가운데)을 비롯한 인수위원들이 학부모, 영어교사와 영어교육전문가 등의 의견을 듣고 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반대로 일선 교사들은 정책 성공을 위해 현직 영어 교사들의 사기를 꺾어서는 안 되며, 국가가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회화를 잘하는 영어 전용 교사를 2만3000명 뽑으면, 회화를 못하는 영어 교사들의 입지는 줄어들 수 있다.

    30년 전부터 영어를 가르쳤다는 서울 청운중학교의 임동원 교장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자랑스럽게 일하도록 해줘야 한다"며 "영어 전용 교사뿐 아니라 기존 교사들이 충분히 영어 수업을 영어로 진행할 수 있으므로 더 훈련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어 전용 교사와 함께 기존 교사들의 사기를 생각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최병갑 서울 구로중학교 교장도 "현직 영어 교사들을 불신하는 분위기가 돼서는 안 된다"며 "인수위의 정책이 안정적으로 성공하려면 현재 일선 학교에서 일하는 교사들을 지원할 수 있는 따뜻한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교장은 특히 "(바뀌는 상황에 맞춰) 현재의 영어 담당 교사 중에서 과목을 바꿔보려는 분들은 전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예 영어 전용 교사 등 현재 교사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교사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반대도 있었다. 김영숙 대구 교대 교수는 "찬성 의견은 많으니 재고해 달라는 요청만 얘기하겠다"고 말을 시작했다. 김 교수는 "초등학교 교사들의 경우, 지금도 상당수 선생들은 전체 수업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부분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감히 말하지만 별도 충원이 없더라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의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좀 더 미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기도 고양시 오마초등학교의 영어 전담 교사인 김인정 교사는 "가르치는 반의 정원이 43명이면 그 중에 40명이 영어 학원에 다닌다"며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는 수업 시간이 적어서 그렇다고 하므로 기본적으로 영어 수업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최소한 한 학기 정도는 현장 얘기를 들어본 뒤에 정책을 세밀히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인수위에 충고했다.

    서울시 교육청 김점옥 장학사는 "우리 교사들은 실제로 영어로 영어 수업을 하는 것을 배우지 못하고 교사가 된 분들이기 때문에 비난만 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교사와 학생들이 서로 수업을 잘할 수 있으려면 학생 수준별 수업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는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사회를 본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위 이주호 간사가 "발언 시간을 지켜달라"는 말을 여러 차례 할 정도로 참가자들의 열의는 뜨거웠다.

    이경숙 위원장은 "교사들이 불안해하거나 염려하실 필요는 없으며, 다만 이 기회에 그 동안 하고 싶었던 올바른 영어 교육을 하겠다고 생각해주시기를 바란다"며 "새 정부는 교사들이 자기 개발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인수위원회 앞에서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