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하위권 학생들의 반란, 일본대학 틈새 뚫어
조선일보 | 기사입력 2008.03.31 03:50 | 최종수정 2008.03.31 03:50
지역 명문고로 발돋움하는 시흥 정왕고
일반계 고교에서 전교 200~300등의 학생을 대상으로 해외 유학반을 운영하는 학교가 있을까?
경기 시흥 정왕고는 지난 2006년부터 일본 유학반을 운영해 지난해 2명, 올해 7명이 일본 대학에 진학했다. 벽이 두터운 국내 대학보다는 해외로 눈을 돌려 가능했다. 유학에 성공한 학생들은 내신 성적이 중위권이었고, 전교 꼴찌 성적으로 입학한 이도 있다. 분위기가 달라지자 서울 소재 4년제 주요대학 진학률도 두 배 이상 늘었다.
"방과 후 진학반 만들어 일본어 공부에 힘쏟아"
■학습의욕 높은 학생에게 집중 투자
정재섭 교장(55·사진)이 부임하기 전 정왕고는 그저 그런 수준의 학교였다. 시흥 지역 10개 인문계 고교 중 대학 진학률이 하위권을 맴돌았고 서울지역 주요대학 합격생이 30명 정도에 불과했다. 학생 대부분이 지방 소재 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러다 보니, 각계로부터 지원금이 제외되기 일쑤였고, 지역 내 우수한 성적의 중학생들은 정왕고를 외면했다.
정 교장은 교직원들과 합심해 학교 시스템을 바꾸기로 마음 먹었다. 먼저 학생들의 잠재능력을 키우기 위해 학교의 인적 물적 역량을 모두 집중하기로 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만 투자하기보다 공부할 의지가 있고, 꿈이 있는 학생들도 똑같이 가르쳤다. 방과 후 진학반을 만들어 수능 준비에 나섰고 눈을 해외로 돌렸다.
그러나 학교발전기금이 들어온 것도, 갑자기 수준 높은 교사들이 전입해 온 것도 아니었다. 그저 열심히 가르치고 배우는 길밖에 도리가 없었다. 정 교장은 직접 발로 뛰며 각계로부터 장학금을 유치했다.
■막연한 유학의 꿈을 현실로
그 즈음, 학교측은 학생진로 조사를 하다 뜻밖의 의견을 듣게 된다. 적지않은 학생들이 해외유학에 관심을 보이더란 것이다. 특목고 국제반의 미국 유학과 달리 상대적으로 준비가 쉬운 일본 유학에 대한 호기심을 간파했다.
정 교장은 "대부분 학생이 막연히 꿈만 가질 뿐 어떤 계획을 세운 것도 아니었고, 따로 준비하는 것도 없었다"고 했다. 정 교장은 학업 성적에 상관없이 해외유학에 꿈이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불러 모았다.
먼저 일본어 인증반과 유학반을 만들어 능력에 맞는 과정을 택하도록 했다. 일본어 인증반은 일본어능력시험(JLPT)을 준비하고 유학반은 대학에서 수업이 가능하도록 종합적인 일본어 능력을 연마하는 데 주력했다. 방과후 이뤄지는 일본 진학반은 일본어나 유학에 관심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난해 졸업생 2명이 동경할리우드미용대학과 후쿠오카경제대에 합격했고, 올해는 7명이 후쿠오카경제대 경영학과, 경제학과 등에 합격했다. 이들의 학교 내신성적은 대부분 전교 150~300등 수준.
후쿠오카경제대 상학과에 합격한 신덕기(19)군은 "학교 성적이 중하위권에 불과해 학교에서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유학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며 "앞으로 일본어도 잘하고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경제전문가가 되겠다"고 밝혔다.
학교분위기가 바뀌고, 학생들의 학습동기가 커지자 학교 전체가 공부하는 분위기로 변해갔다. 올해는 서울대를 포함해 서울 소재 주요 대학 합격생이 60여명으로 늘어났다.
정 교장은 "누구나 1등은 될 수 없지만 중하위권 학생도 각자 나름 목표가 있다"며 "공교육인 학교가 먼저 나서서 그들의 꿈을 현실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류재광 맛있는공부 기자 zest@chosun.com ]
일반계 고교에서 전교 200~300등의 학생을 대상으로 해외 유학반을 운영하는 학교가 있을까?
경기 시흥 정왕고는 지난 2006년부터 일본 유학반을 운영해 지난해 2명, 올해 7명이 일본 대학에 진학했다. 벽이 두터운 국내 대학보다는 해외로 눈을 돌려 가능했다. 유학에 성공한 학생들은 내신 성적이 중위권이었고, 전교 꼴찌 성적으로 입학한 이도 있다. 분위기가 달라지자 서울 소재 4년제 주요대학 진학률도 두 배 이상 늘었다.
"방과 후 진학반 만들어 일본어 공부에 힘쏟아"
↑ 올해 후쿠오카경제대에 합격한 정왕고 졸업생들. 왼쪽부터 송태정, 신덕기, 김승훈, 양희준, 장명훈군. 김승완 기자wanfoto@chosun.com
정재섭 교장(55·사진)이 부임하기 전 정왕고는 그저 그런 수준의 학교였다. 시흥 지역 10개 인문계 고교 중 대학 진학률이 하위권을 맴돌았고 서울지역 주요대학 합격생이 30명 정도에 불과했다. 학생 대부분이 지방 소재 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러다 보니, 각계로부터 지원금이 제외되기 일쑤였고, 지역 내 우수한 성적의 중학생들은 정왕고를 외면했다.
정 교장은 교직원들과 합심해 학교 시스템을 바꾸기로 마음 먹었다. 먼저 학생들의 잠재능력을 키우기 위해 학교의 인적 물적 역량을 모두 집중하기로 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만 투자하기보다 공부할 의지가 있고, 꿈이 있는 학생들도 똑같이 가르쳤다. 방과 후 진학반을 만들어 수능 준비에 나섰고 눈을 해외로 돌렸다.
그러나 학교발전기금이 들어온 것도, 갑자기 수준 높은 교사들이 전입해 온 것도 아니었다. 그저 열심히 가르치고 배우는 길밖에 도리가 없었다. 정 교장은 직접 발로 뛰며 각계로부터 장학금을 유치했다.
■막연한 유학의 꿈을 현실로
그 즈음, 학교측은 학생진로 조사를 하다 뜻밖의 의견을 듣게 된다. 적지않은 학생들이 해외유학에 관심을 보이더란 것이다. 특목고 국제반의 미국 유학과 달리 상대적으로 준비가 쉬운 일본 유학에 대한 호기심을 간파했다.
정 교장은 "대부분 학생이 막연히 꿈만 가질 뿐 어떤 계획을 세운 것도 아니었고, 따로 준비하는 것도 없었다"고 했다. 정 교장은 학업 성적에 상관없이 해외유학에 꿈이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불러 모았다.
먼저 일본어 인증반과 유학반을 만들어 능력에 맞는 과정을 택하도록 했다. 일본어 인증반은 일본어능력시험(JLPT)을 준비하고 유학반은 대학에서 수업이 가능하도록 종합적인 일본어 능력을 연마하는 데 주력했다. 방과후 이뤄지는 일본 진학반은 일본어나 유학에 관심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난해 졸업생 2명이 동경할리우드미용대학과 후쿠오카경제대에 합격했고, 올해는 7명이 후쿠오카경제대 경영학과, 경제학과 등에 합격했다. 이들의 학교 내신성적은 대부분 전교 150~300등 수준.
후쿠오카경제대 상학과에 합격한 신덕기(19)군은 "학교 성적이 중하위권에 불과해 학교에서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유학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며 "앞으로 일본어도 잘하고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경제전문가가 되겠다"고 밝혔다.
학교분위기가 바뀌고, 학생들의 학습동기가 커지자 학교 전체가 공부하는 분위기로 변해갔다. 올해는 서울대를 포함해 서울 소재 주요 대학 합격생이 60여명으로 늘어났다.
정 교장은 "누구나 1등은 될 수 없지만 중하위권 학생도 각자 나름 목표가 있다"며 "공교육인 학교가 먼저 나서서 그들의 꿈을 현실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류재광 맛있는공부 기자 zest@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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