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다잡기

‘단기방학’ 새로운 트렌드냐 설익은 정책이냐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8. 4. 7. 20:41

‘단기방학’ 새로운 트렌드냐 설익은 정책이냐

국민일보 | 기사입력 2008.04.07 18:34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이주영(35·여)씨는 최근 학교에서 보내온 가정통신문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가정의 달'인 다음달 초 단기 방학을 한다는 내용을 알려왔기 때문이다. 대형할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씨는 휴가를 낼 형편이 아니고, 회사원인 남편도 아이들과 놀아주기 어렵다. 그렇다고 자녀들을 집에만 놔둘 수 없어 속앓이만 하고있다. 이씨는 "단기방학 동안 해외여행을 간다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는 아이들을 보면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다음달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인 단기방학이 '주5일 근무제'와 같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잡을지, 설익은 정책 도입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클지 주목된다.

7일 전국 지역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내 초등학교 71%, 중학교 86%, 고등학교 33% 등 초·중·고교 10곳중 7곳이 5월
어린이날에 맞춰 4일간 단기방학을 실시한다. 경기도내 초등학교 94%, 중학교 77%, 고등학교 41%가 최대 5일간, 강원도는 초·중·고교 712곳 가운데 49%인 350곳이 학교장 재량으로 상반기중 최대 7일간 단기 방학을 실시할 계획이다.

단기방학은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학기중 최장 7일간 방학을 실시하는 제도로 올해 첫 도입됐다. 연간 의무수업일수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단기방학 일수만큼 여름 및 겨울방학이 짧아지게 된다. 단기방학기간 동안 가족간의 유대를 증진하고 각종 지역 문화활동에 참가해 바람직한 인성을 함양시킨다는 취지다. 단기방학이 정착되면 각 지역 축제가 활성화되고 휴가가 분산되는 등 사회경제적 실익이 크다는 게 이 제도를 도입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전망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들은 단기방학이 지역축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강원도 강릉시 단오문화창조도시추진단 최선복(47) 계장은 "오는 6월 4∼11일 열리는
강릉 단오제 동안 단기방학이 시행돼 초·중·고 학생들이 농악과 관노 가면극, 읍면동 대항 줄다리기 등 각종 행사에 참여해 축제 열기를 북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맞벌이 부부와 저소득층 가정 자녀들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다면 교육적 성과를 높이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당장 저소득층 학생들의 급식이 중단돼 단기방학기간 동안 끼니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게다가 주말과 휴일 등을 포함하면 방학기간이 최장 9일간 지속될 수 있어 학생들의 학업 손실이 예상돼 학부모와 학교측 간의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당국 관계자는 "학부모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시기와 횟수를 적정화하고, 맞벌이부부 또는 저소득층 가정 자녀들이 홀로 지내는 일이 없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미비점을 보완하는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황일송 기자 춘천·수원=변영주 김도영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