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은 참으로 요지경이다. PC 뒷면에 꽂아 넣은 가느다란 선 하나로 경제가 요동치기도 하고 일터의 개념이 달라지기도 한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어디서든 인맥을 형성할 수 있고 음악이나 영화를 즐길 수도 있다. 생각하는 모든 걸 눈앞에 척척 펼쳐내는 요술램프가 따로 없다. 그런데 인터넷에 관한 한 한국인에 대적할 민족이 없다. 한마디로 ‘천하무적’이다. 정말 부러운 일이다.
- ▲ 일러스트 유재일
- 적수가 없다
한국 포털 아성에 다국적 포털 번번이 진출 실패
구글·야후·페이스북… 유독 한국에서만 좌절
한국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 가구의 약 70%가 초고속 인터넷망을 갖춘 PC를 소유하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 연결속도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할 만큼 빠르다.
이 때문에 해외 거대 인터넷 사이트 운영업체들은 연례행사처럼 방한해 “이번에야말로 한국시장을 잡겠다”며 큰소리치곤 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사이트를 보유한 그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 사이트의 언어를 한국어로 바꾸기만 하면 대부분의 한국인은 우리가 개발한 검색엔진과 인맥구축 서비스, 영화감상 사이트 등을 이용하게 될 거야. 틀림없이!’
하루 평균 2~3시간씩 온라인에 접속하는 한국 젊은이들의 겉모습만 보면 그들의 시나리오는 일견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인이 주로 머무는 인터넷 공간은 네이버나 다음, 싸이월드, 판도라TV 등 한국어 사이트들이다. 인터넷의 바다를 국경 없이 유영하는 구글과 야후, 유튜브 같은 초대형 영문 사이트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인터넷 소비량이 이렇게 엄청난 한국에서 왜 우리의 존재감은 이것밖에 안 되는 거지?’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그들은 사이트를 한국어판으로 전면 개편하고 이를 지원할 대대적인 마케팅팀을 꾸린다. 그러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한국시장에서 성공할 확률은 지극히 낮다. 한국인은 여전히 구글보다 네이버를 자주 클릭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인 네이버가 ‘메이드 인 USA’인 구글보다 훨씬 많은 한국적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네이버 운영진은 한국인이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게 뭔지 간파하고 그에 마침맞게 사이트를 구성한다. 고만고만한 전세계 네티즌을 겨냥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다국적 사이트와는 ‘게임’이 안 된다.
미국의 대표적 인맥구축 사이트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페이스북은 승승장구해왔다. 세계 각국 네티즌은 사업상 혹은 사교상의 이유로 기꺼이 이 사이트에 접속해 자신의 신상정보를 내어놓고 회원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페이스북 열풍’도 한국만은 비껴갔다.
한국엔 ‘싸이월드’란 절대강자가 떡하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싸이월드는 인맥을 테마로 한 세계 최초의 사이트다. 그뿐인가. 날로 진화하는 콘텐츠 덕에 이제 싸이월드에 접속하면 나와 연결된 인맥은 물론, 흥미롭고 독특한 정보와 얘기가 가득하다. 상황이 이러니 한국인이 페이스북 대신 싸이월드로 몰려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 봐야 ‘우물 안 개구리’
웹콘텐츠 훌륭하지만 ‘100% 내수용’이라 경쟁력 없어
한국인만 겨냥한 서비스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안 통해
네이버는 초창기 삼성이란 거대자본을 등에 업고 안정적으로 성장, 지난 세기말 이후 사실상 한국 인터넷 시장을 평정했다. 판도라TV는 동영상 부문의 세계적 사이트 유튜브보다 앞서 관련 시장을 개척, ‘한국형 비디오 포털’을 탄생시켰다. 사실 이들 몇몇 사이트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글루나 한게임 등 최근 성공을 거둔 사이트를 살펴보면 한국인은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새롭고 흥미로운 웹사이트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인터넷으로 하는 모든 것’에 관한 한 한국인의 재능은 과히 천부적이라고 할 만하다. 좋은 소식 아니냐고? 글쎄, 내 생각은 “별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경제, 사회생활, 기술적 진보…. 한국의 눈부신 인터넷 발전이 이런 것들에 상당 부분 기여한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단 하나, 예외인 부문도 있다. 바로 영어실력이다.
인터넷상에서 영어는 비공식언어다. 세상의 모든 사이트를 뒤져 통계를 냈을 때, 영어보다 만다린어로 된 웹페이지가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당신이 인터넷을 통해 제대로 된 정보, 보다 방대하고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정보를 구하고자 한다면 참조할 만한 사이트의 공식어는 영어가 될 확률이 높다.
한국기업들은 1990년대 인터넷 분야에서 새 지평을 연 첫 번째 개척자였다. 그러나 그들은 오직 한국인 사용자만 겨냥해 양질의 서비스, 즉 한국어 사이트를 개발했다.
공격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반면 구글 같은 기업은 일찌감치 세계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그들이 구축한 사이트가 영어로 돼 있기 때문이었다. 구글 웹사이트는 미국은 물론, 캐나다, 영국, 호주, 아프리카 등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구하려는 세계 각국의 네티즌을 불러모았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나라들 중 인터넷 기반이 한국보다 열악한 국가들은 어쩔 수 없이 제2외국어를 이용해 웹서핑을 시도한다.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제2외국어는? 말할 것도 없이 영어다. 그 덕에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구글이나 야후, 유튜브는 변변한 마케팅 하나 없이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이용자를 확보했다.
지구촌 웹 공용어, 영어
구글·야후 등 영문 사이트가 세계 인터넷 장악
프랑스·이탈리아인도 온라인에선 영어로 대화
이쯤 해서 혹자는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이봐, 난 이탈리아어로 된 웹사이트를 본 적이 있어. 히브리어나 그리스어 사이트는 없는 줄 알아? 프랑스어 버전을 별도로 운영하는 사이트는 또 얼마나 많은데!”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프랑스어 포털 사이트 대부분은 구글이나 야후에 밀려 지지부진한 상태다. 인맥구축 사이트 역시 마이스페이스나 페이스북 같은 영문 사이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기로 유명한 프랑스인도 온라인에서만큼은 ‘국제적 상황’에 스스로를 던져야 하는 피치 못할 상황에 직면하곤 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여기 샹송을 너무 좋아하는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샹송가수의 뮤직비디오를 인터넷에 올리고 싶어한다. 그런데 프랑스엔 프랑스어로 운영되는 대형 비디오 포털 사이트가 없다. 하는 수 없이 그는 유튜브에 로그인한 후 비디오 클립을 올린다. 꽤 많은 사람들이 그걸 감상한다. 물론 대부분 프랑스인이다. 이들 중 일부는 클립 아래 프랑스어로 댓글을 달 것이다.
어느날 한 스페인 네티즌이 우연히 그 뮤직비디오를 보게 됐다. 그는 제목조차 모르는 그 노래가 썩 마음에 들었다. 프랑스어를 못하는 그는 영어로 댓글을 남긴다. “와, 이 노래 누가 부른 거예요? 너무 좋아요!” 그 댓글을 읽고 영어를 할 줄 아는 프랑스 네티즌이 답을 준다.
“MC 솔라르(MC Solaar)란 가수예요.” 스페인 네티즌은 다시 묻는다. “어떤 앨범에 있는 노래죠?” 온라인상에서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물론 이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은 영어다. 스페인 아닌 다른 어떤 나라의 네티즌이 이 대화에 합류하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자, 이제 한번 얘기해보자.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네이버 블로그에 달리는 댓글은 예외 없이 한국어다. 이 때문에 외국인은 ‘어쩌다 우연히’라도 콘텐츠에 접근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는 한글 화면이 눈앞에 펼쳐지자마자 그들은 이내 페이지를 닫아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IT강국 코리아’의 문제점
IT 후진국은 인터넷 서핑 위해 어쩔 수 없이 영어 사용
한국인은 한글 사이트에서 모든 것 해결, 영어 등한시
재원씨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클럽 아스날FC의 열렬한 팬이다. 마케도니아 구 유고슬라비아공화국 출신의 브랑코 역시 ‘아스날 매니아’다. 재원씨는 인터넷 채팅으로 다른 아스날 팬을 만나면 좋겠다 싶어 네이버 블로그 검색창에 ‘아스날(Arsenal)’을 열심히 입력했다.
다행히 한국에도 아스날 팬이 많아 그는 곧 적당한 대화상대를 찾을 수 있었다. 반면 브랑코는 모국어로 된 아스날 관련 웹페이지를 찾는 데조차 애를 먹었다. 아스날에 대한 열정만큼은 재원씨 못지않았던 그는 마침내 한 영국 사이트를 통해 대화상대를 만나는 데 성공했다. 그의 영어 실력은 그다지 신통한 편이 아니다. 그래도 문제 될 건 없다. 사람들은 비록 더듬거리긴 해도 그의 말을 대충 이해하기 때문이다.
재원씨도 브랑코가 대화상대를 찾은 영국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에겐 양질의 한국어 사이트와 양질의 영어 사이트 사이에서 고민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는 반면, 브랑코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 열악한 환경이 브랑코에게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물론 재원씨와 브랑코의 사례가 모두에게 적용되는 건 아니다. 만약 당신이 이탈리아인이고 인터넷상에서 이탈리아어로만 의사소통하길 원한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그러나 당신이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더라도, 그래서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도 구글이나 야후 등 영어 사이트를 이용한다면 엄청난 양의 영어 콘텐츠를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다면 나도 억지로 권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당신이 영어 온라인 세상을 마음껏 누비는 동안 당신의 영어 사용 빈도 역시 높아진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영어 강국 코리아’ 되려면
영어공부 위해 영문사이트 보란 말은 설득력 없어
IT 기술과 영어 접목해 ‘윈-윈’ 구조로 만들어야
‘온라인 인프라’가 탄탄한 한국의 인터넷은 좀처럼 ‘한국어 외의 언어’를 허용하지 않는다. 웹 콘텐츠는 너무 방대해 약간의 시간과 노력만 기울이면 무엇이든(베트남 요리나 중동 낙타경주에 관한 정보까지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당신도 얼마든지 검색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다음에 할 수 있는 건 뭘까? 불행히도 별로 없다. “영문 사이트를 활용하면 영어 실력이 향상된다”는 말만으론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 사이트들의 수준은 세계 최고다. 영어공부를 위해 영어 사이트만 봐야 한다고? 일취월장하고 있는 한국 인터넷산업을 생각할 때 그런 어불성설이 없다.
세계화에 실패한 한국 인터넷 사이트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치열한 한국시장에서 네이버와 다음은 제각각 생존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영어 사이트들이 한국어 서비스를 준비하는 동안 한국 사이트들은 ‘어떻게 하면 경쟁업체를 제치고 보다 많은 네티즌의 시선을 모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싸이월드 같은 사이트는 그들의 서비스를 수출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지만 한국형 사업모델이 해외에서도 늘 잘 먹히는 건 아니었다.
한국은 너무 빠른 인터넷 속도 때문에 여러 모로 피해를 많이 봤다. 하나같이 별로 회복될 기미는 없어 보이는 피해들이다. 그러나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인터넷 기술을 십분 활용하면서 인터넷 공용어인 영어를 익히는 데도 도움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여기 그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영어 강국 코리아’로 가기 위한 3 가지 제안
1. ‘영어로 인터넷 하는 날’을 정하라
한국 정부와 웹사이트 운영업체들이 손잡고 1년에 하루를 정해 그날만큼은 영어 인터넷 사용을 장려하는 행사를 갖는 것이다. 인터넷 사용 빈도가 높은 젊은층을 대상으로 하면 더욱 확실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민 모두가 네이버 대신 야후닷컴 홈페이지에 접속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이날 하루는 ‘영어로 댓글 달기’를 장려할 필요가 있다. 네이트온 등 인스턴트 메신저 이용자들도 이날은 한글 사용을 멈추고 영어 채팅을 시도해보는 것이다. 하룻밤 영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모두가 유창한 영어실력을 갖출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온라인상에서 외국인과 말을 주고받을 순 있게 될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국가가 젊은 세대의 실질적 영어학습 기회 제공에 앞장서고 있구나!’란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줄 수 있으니까. 한국 사이트들은 이 날을 훌륭한 마케팅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 영어의 필요성을 네티즌에게 홍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외부에 그들의 존재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2. 해외 진출 꿈꾸는 웹기업, 정부가 앞장서 지원하라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많은 한국 업체들은 외국인을 위한 영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두려움을 느낀다. 막상 마음을 먹고도 해외시장에서 그들의 존재를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 몰라 망설이는 곳이 적지 않다. 온라인 게임이나 비디오 포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중엔 해외진출에 투자할 자금이 모자라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곳도 있다. 한국 정부는 이런 업체들의 사정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자동차나 반도체처럼 수출 지원에 막대한 금액이 투입되는 것도 아니다. 현재 그 분야에 쏟아붓는 예산 중 다만 일부라도 인터넷과 같은 웹서비스 분야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한국 인터넷이 세계 최고 수준이란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나 재계가 이에 만족해선 안 된다. 자사 사이트의 영문판 개발을 위해 노력하거나 해외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이 있다면 적극 후원하고 지지해야 한다. 한국 웹사이트의 해외 홍보 전략을 짜는 정부 차원의 특별전담팀(task force)을 꾸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 이 팀은 해당 분야의 최신 노하우를 갖춘 인력과 든든한 재정적 지원으로 구성돼야 한다.
3. 한국의 현재 모습과 문화를 세계에 알릴 사이트를 만들라
한국을 찾는 외국인 중엔 진지하게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알고 싶어하는 이들이 꽤 많다. 그러나 그들 앞을 가로막는 건 ‘외국인에게 호의적인 체하고 과거 한국의 업적만 과시해놓은’ 한국 사이트들이다. 뜻하지 않은 장벽 앞에서 한국을 향한 이들의 관심은 짜증과 분노로 바뀐다.
한국의 젊은 세대가 세계 각국을 상대로 그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한국의 모습을 찾아 보여주는 데 웹은 더없이 훌륭한 공간이다. 그러나 고려와 조선왕조의 놀라운 업적, 만병통치약에 가까운 김치의 효능, 한민족의 우수성 같은 걸 열거하는 것으론 요즘 같은 세상에 인터넷으로 해외 친구를 사귀기 어렵다. 최신 기능을 갖춘 한국산 휴대폰, 비보이 공연 실황, 로봇공학, 컴퓨터 게임과 젊은이들의 거리 패션…. 해외 네티즌의 눈엔 이런 한국의 현재 모습이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정부는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오늘날의 한국’을 전세계에 알리는 웹사이트를 구축해야 한다. 단 그 안에 구체적으로 어떤 콘텐츠를 집어넣을까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한국 젊은이들에게 맡겨야 한다. 학교 차원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소규모 프로젝트팀을 꾸리는 것도 좋다. 다른 나라, 이를테면 헝가리에서 영어를 배우는 학생 그룹과 화상 채팅을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온라인상에서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리려는 노력은 아직 일부 똑똑한 학생과 인터넷을 잘 다루는 교사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 일이 국가적 지원을 받는 기업의 주력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 인터넷을 통한 문화교류는 (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상관없는) ‘옵션’에서 (없어선 안 될) ‘필수’로 한층 그 위상이 높아질 것이다.- 인터넷 영어공부, 이것은 조심하세요!
온라인서 친구에게 집주소·계좌번호 공개 금물
취미 같은 사람과 주제 정해 나누는 대화가 최고
인터넷 채팅룸과 온라인 미팅 사이트를 조심하라. 인터넷이 발단이 된 몇 가지 사건들은 인터넷이 더 이상 안전한 공간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3년 영국에서 한 12세 소녀가 인터넷에서 알게 된 31세 미군과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인 사건이 있었다. 사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만약 당신이 인터넷을 책임감있게만 사용한다면 온라인에서 좋은 친구를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매순간 신중을 기해야 하는 건 사실이다. 인터넷에서 알게 된 사람에게 함부로 집주소나 은행계좌번호를 알려줘선 안 된다. 인터넷 채팅을 할 땐 무턱대고 안심하기보다 ‘저 사람이 나와 얘기하려고 하는 건 뭔가 은밀한 의도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의심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
인터넷은 상대편과의 대화를 통해 당신의 영어실력을 매일 점검할 수 있는 환상적인 수단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당신과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한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다. 야구 매니아라면 인터넷 친구를 만날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세상엔 뉴욕 양키스의 선발투수가 누가 될 것인지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일 수 있는 사람들이 꽤 많으니까. 요리에 취미가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채팅으로 ‘기막힌 피자 도우 만드는 법’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일, 멋지지 않은가?
외국인과 인터넷으로 대화하려는 게 목적이라면 굳이 미팅 사이트를 전전하지 않아도 괜찮다. 인터넷 토론 사이트나 게시판 등에서도 얼마든지 자신과 마음이 맞는 파트너를 구할 수 있다.
나는 최근 이런 방식으로 인터넷 친구를 사귄 한 한국인을 알고 있다. 한국 축구스타 박주영 선수는 최근 영국 프리미어리그 위건 애슬레틱 FC로의 이적과 관련, 물망에 오르고 있다. 나는 위건의 팬사이트에서 어떤 한국인 팬이 게시판에 (영어로!) 올린 글을 우연히 발견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 축구팬 중 한 명입니다. 제가 박주영 선수에 대해 좀 알거든요. 궁금하신 게 있으면 뭐든 질문해 주세요.”
대부분의 위건 팬들은 한국 축구선수에 관한 지식이 전무하다. 그 때문인지 그들은 ‘한국 축구팬’을 자처하는 이 네티즌에게 엄청난 질문을 퍼부었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 일일이 답을 달았고 위건 팬들은 그의 의견을 경청했다. ‘영입이 추진 중인 구단의 팬사이트를 찾아가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적극적으로 알린다.’ 스포츠팬의 입장에서 이보다 더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있을까?
몇 가지만 조심한다면, 그리고 열린 마음만 유지한다면 당신이 온라인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무궁무진하다. 당신의 영어 실력이 아무리 형편없더라도 말이다.
- 인터넷 영어공부 1
사전에도 안 나오는 영어, 여기서 찾자
인터넷에서만 사용되는 영어가 있다. 인터넷 영어가 막힌다고 해서 네이버 사전을 뒤질 수도 없다. 아무리 찾아도 검색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난관’만 극복하면 이후는 만사형통이다. 인터넷엔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학습자료와 영어 게임, 단어와 관용어구 리스트, 수준별 읽기자료 등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이라고 친 후, 검색된 결과에서 세부 주제를 더해 원하는 자료를 찾아보자. 어휘실력을 늘리고 싶다면 ‘EFL 동사구(EFL phrasal verbs)’를, 영어교사라면 ‘EFL 학습계획(EFL lesson plan)’을 검색하면 된다.
인터넷 영어에 도움이 되는 사이트를 참조하는 것도 좋다. 대표적인 사이트는 아래와 같다.
원스톱잉글리시닷컴 www.onestopenglish.com
독해와 토론주제, 문법연습 등 영어학습에 관한 방대한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다. 각 자료는 학습자의 컴퓨터로도 내려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원어민 영어교사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사이트다.
BBC 월드서비스 www.bbc.co.uk/worldservice
전세계 독자를 배려한 수많은 오디오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사이트다. 말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지 않고 매일 새로운 내용이 업데이트된다는 점도 학습자에겐 매력적이다. 특히 ‘영어학습(Learning English)’ 페이지엔 게시판이 있어 전문가에게 문법이나 단어 관련 문제를 질문하고 답변을 들을 수 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사우루스닷컴 www.thesaurus.com
상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번역해야 좋을지 난감할 때 여러 가지 대안을 보여주는 사이트다. 영어로 이메일을 쓰거나 각종 문서를 작성해야 할 때 긴요하다.
동사활용하기 www.verbs-online.com
시제 변화에 따른 동사활용을 얼마나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지 시험해볼 수 있는 단순한 프로그램이다. 교실에서나 집에서 짬짬이 공부하기에 좋다.
토크잉글리시닷컴 www.talkenglish.com
교사가 수업자료를 올리면 그에 따르는 오디오 자료가 추가돼 학습자가 수업을 들으며 정확한 발음 공부까지 할 수 있다. 구어체 영어에서 문장과 표현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들어볼 수 있어 도움이 된다. 많은 아이디어를 담고 있는 사이트였지만 요즘은 콘텐츠 수준이 예전만 못하다.
인터넷 영어공부 2
꼭 알아둬야 할 인터넷 영어 약자
인터넷에서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네티즌은 그들만의 영어 체계를 갖고 있다. 이는 일상적으로 쓰이는 영어와 또 다른 모습을 띤다. 상당수의 단어가 축약되거나 생략되므로 그때그때 의미를 익혀놓지 않으면 해독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다음과 같은 표현이 그 예다.
다음은 인터넷 토론장이나 게시판에서 주로 사용하는 인터넷 영어 표현이다.
- 팀 알퍼(Tim Alper) |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로 현재 코리아IT타임스(ittimes.co.kr) 에디터. 영자지 코리아헤럴드·코리아타임스·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칼럼 기고. 파고다어학원 영어 강사 역임.
/ 팀 알퍼 저널리스트
번역 = 최혜원 기자 happyend@chosun.com
- 인터넷 영어공부, 이것은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