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의 '대학별 고사' 도입 방침과 대학의 책임
연세대 총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고1 학생이 입학하는 2012학년도 입시부터 '대학별고사(考査)'만으로 신입생을 뽑는 전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정원의 절반 정도를 뽑는 수시모집 인원의 40~60%를 대학별고사 성적만 갖고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2012학년도부터 대학 완전자율화를 하겠다고 한 이후 대학별고사 도입을 밝힌 곳은 연세대가 처음이다. 작년 대학 입학처장 회의에서 이화여대 등도 대학별고사 도입 의사를 비친 적이 있어 앞으로 대학별고사 도입 대학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연세대가 이 제도를 도입하면 수시모집에서만 대학별고사(40~60%), 학생부 성적(20~40%), 입학사정관제(20%)의 세 가지 전형 방식이 시행된다. 정시 모집은 수능시험으로 뽑는다. 전형 방법이 다양해진다는 것은 수험생이 자기 장기(長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는 면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수험생들로선 어느 한쪽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형편이다. 결국 내신 점수도 착실히 따고 수능도 잘 봐야 하고 대학별고사까지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이중삼중으로 수험생 어깨를 짓누를 가능성이 있다.
연세대는 수험생들이 학교 교육과 수능, 대학별고사를 함께 준비할 수 있도록 대학별고사 출제 유형을 정밀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무엇보다 대학별고사를 고교 교과과정 내에서 출제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국어·영어·수학 중심의 과거 본고사(本考査)가 부활되는 거나 마찬가지가 돼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불러들일 것이 뻔하다. 우리 입시제도는 본고사 폐지, 수능시험 도입과 같이 큰 줄기만도 11차례나 바뀌었다. 대학 자율화 시대에도 언제 또다시 바뀔지 모를 제도를 내놓아선 안 된다.
대학들은 한두 점 차이로 당락이 결판나는 방식의 선발제도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 문제 하나 더 풀었다고 해서 대학 수학(修學) 능력이 입증되는 것이 아니다. 성적만이 아니라 수험생의 특기 적성, 봉사활동 경력, 어려운 여건에서 공부했는지 여부 등을 면밀히 따져 창의력과 잠재 능력까지 판별하는 입학전형이 돼야 한다. 그래야 고교 교육 현장의 학습 방법도 바뀔 것이고 사교육이 끼어들 여지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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