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즐거움

원조 일본카레 여름을 공략하다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9. 6. 18. 14:50
원조 일본카레 여름을 공략하다

서울 시내 카레 名家 '넘버 4'

 

카레에도 트렌드가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일본식 카레를 그냥 '카레'로 알고 먹었다. 일본식 카레란 영국에서 인도의 향신료를 상품화한 카레 가루에 밀가루 루(roux)를 더해 끈기를 낸 것이다. 1990년대 말부터 인도식당이 유행하면서 '카레'는 가짜 취급을 당하고 인도의 '커리'만 좋은 줄 알았다. 커리에 밀려 사라진 줄 알았던 카레가 요즘 대반격에 나섰다. 일본에서 카레를 배워온 사람들이 '정통 일본식 카레'를 표방하며 서울 홍대 앞을 중심으로 속속 카레전문점을 열고 있다. 일본과 인도식 카레가 치열하게 싸우는 가운데 다른 지역의 카레도 하나 둘 선보이고 있다. 서울의 카레 명가(名家) 넷을 가려 소개한다.

▲ 서울 홍대 앞 일본식 카레전문점 ‘아비꼬카레’. 해산물 카레라이스에 왕새우튀김과 달걀노른자를 얹었다. 카레의 종류, 매운 정도, 토핑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 조선영상미디어 이구희 기자 poto92@chosun.com

코코이찌방야(CoCo壹番屋)_ 1978년 나고야 외곽에서 창업, 일본·하와이·중국·대만을 거쳐 지난해 3월 한국에 문 열었다. 돈가스(로스가스)·왕새우튀김·크림고로케 등 토핑, 밥 양(300g이 기본으로, 100단위로 선택 가능), 카레의 매운 정도('순한 맛'부터 '보통', 1~10신(辛)까지)까지 세밀하게 선택 가능하다. 대개 보통이나 1신을 선택한다고 한다. 20여 가지 향신료와 채소를 쇠고기 육수에 8시간 끓이고 4일 저온 숙성한 카레는 농도가 진하다. 그런데도 밥에 스미듯 잘 섞인다. 밥 덕분이다. 겉은 물론 속까지 균일하게 고슬고슬하다. 약간 맵다는 1신도 별로 맵지 않다. 농후한 감칠맛 아래에서 칼칼한 맛이 희미하게 올라오는 정도다. 매운 정도는 인도 복합향신료인 가람마살라(garam masala)로 조절한다는데, 4신부터는 가람마살라 가루가 느껴져 약간 버겁다. 2000원 추가하면 미니 샐러드와 음료가 곁들여 나온다. 로스가스카레 8600원, 포크샤브카레 7400원, 왕새우튀김카레 1만원, 야채카레 7000원(밥 300g 기준). 강남1호점 (02)2051-5510, 종로2호점 (02)736-5510, 보라매점 (02)820-8888, www.cocoichibanya.co.kr

아비꼬(あびこ)카레_ '매운 일본카레 전문점'을 표방한다. 카레라이스·카레우동·하이라이스 중 선택한 다음, 매운 정도, 카레 타입(포크·치킨·버섯·비프·해산물카레), 토핑(대파·왕새우튀김·돈가스 등)을 고른다. 카레는 맵지 않은 '아기단계'부터 '1' '2' '3' '지존' '신(神)단계'까지 있다. 주문이 들어가면 양은그릇에 미리 만들어둔 기본 카레 국물을 자체 배합한 향신료를 첨가해 매운 정도를 조절하면서 가스불에 끓인다. 약간 묽은 편으로 고슬고슬한 밥과 잘 섞인다.

토핑 중에서는 '날계란'이 눈에 띈다. 달걀노른자가 카레 위에 얹혀 나오는데, 카레와 섞어 먹는다. 비리지 않고 고소해 매운 카레와 잘 어울린다. 일본에 흔한 '카레 우동'도 맛볼 수 있다. 카레라이스·카레우동·하이라이스는 각 5000원이고 카레 타입은 2000~4000원이다. 토핑은 대파 무료, 날계란 1000원, 고로케(2개) 2000원, 치킨가스 3000원, 돈가스 3000원, 왕새우튀김(2개) 4000원. '직원 투표'에 따른 추천 조합 1위는 '카레라이스+비프+날계란+치킨가스'이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356-1 서교호텔별관 B106(홍대입구역 근처), (02)323-0129, www.abiko.kr

하카리_ 카레를 먹으면 새콤한 과일 맛이 상쾌하게 올라온다. 채소와 과일을 향신료와 함께 육수에 숙성시킨다. 카레의 매운 정도(보통·약간 매운맛·매운맛·아주 매운맛)를 정하고 어떤 토핑을 올릴지 결정하면 된다. 코코이찌방야나 아비꼬보다 매운 편이다. 약간 매운맛이라고 해도 꽤 맵다. 카레에 삶은 달걀 반개와 참깨가 나온다. 카레와 비벼 먹으면 맛나다.

오므라이스도 추천할 만하다. 기름에 볶지 않은 맨밥을 얇게 부친 달걀로 감싸고 카레를 부어 낸다. 카레에는 생크림이 끼얹어 있는데, 카레를 부드럽게 중화시킨다. 매운 카레와 특히 어울린다. 돈가스카레 7600원, 치킨텐더카레 7600원, 샤부샤부카레 8000원, 비프카레 7800원, 가라아게(닭튀김)카레 7400원, 고로케카레 7600원, 비프오므라이스 8000원, 시푸드오므라이스 9000원, 치킨크림오므라이스 8100원. 홍대점 (02)323-5589, 종로점 (02)735-7609, www.hakali.co.kr

페르시안 궁전(Persian Palace)_ 1993년 한국으로 유학 왔다 정착한 이란 남성이 이란식 카레를 낸다. 한국인 입맛에 맞췄기 때문에 못 먹을 정도로 낯설지는 않다. 매운 정도는 '2.0'부터 '2.2' '2.5' '2.7' '3.0' '3.5' '4.0'까지 있다. 2.0은 "김치 정도"로, 2.2는 "조금 순한 맛"으로, 2.5는 "매운맛의 시작, 매운탕 정도"라고 표현한 메뉴판이 재미있다. 2.0이 김치 정도라고 했지만, 서울 등 중부는 아니고 전라도나 경상도 김치쯤 된다. 2.5는 매운탕이라는데 꽤 얼얼하다. 5~10도 있는데, "상담을 원합니다"라고 적혔다. 전혀 맵지 않은 어린이 소스도 있다.

'양고기카레(1만1000원)'와 '야채카레(8000원)'가 아주 맛있다. 일본식 카레보다 농후하고 짙은 '본토'의 풍미다. 그 속에서 폭 익은 양고기가 녹을 듯 부드럽다. 레스토랑 추천 메뉴는 '페르시안 정식(2인분 2만4000원)'. 향신료를 섞은 물에 살짝 쪄서 기름기와 잡내를 제거하고 튀긴 닭에 석류소스를 섞은 카레를 부어 낸다. 갖은 양념으로 맛을 낸 쌀을 동그랗게 만들어 오븐에 구운 '라이스케이크'가 곁들여 나온다. 서울 종로구 명륜2가 121-1(성균관대 정문 맞은편), (02)763-6050, www.persianpalace.com


/ 조선일보
김성윤 기자 gourmet@chosun.com
입력 : 2009.06.18 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