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내내 '경력관리' 해야… 학부모 초비상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새 학기부터 초·중·고생 동아리·봉사·독서활동 기록부 신설
학생이 직접 컴퓨터 입력 입학사정관 전형 등에 활용
"대리 입력 막을 장치 없어 새로운 사교육 생길 수도"
당장 새 학기부터 학부모들에게 '자녀 경력 관리' 비상이 걸리게 됐다. 새로 적용되는 초·중·고교생 기록 시스템에 따라 교과 영역은 종전대로 교사가 학생생활기록부에 기록하지만 비(非)교과 영역인 '창의적 체험활동'은 학생 본인이 직접 인터넷망을 통해 입력하도록 바뀌기 때문이다. 이 기록은 계속 남아 진학과 입학사정관 전형, 취업 자료로까지 쓰이게 된다.
교과부는 이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에 대해 "창의·인성 교육을 강화하고, 학생이 주도적으로 이력(履歷)을 관리해 진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를 구축해 놓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학부모가 힘들어지지 않겠느냐" "새로운 사교육이 생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초등 1학년부터 '포트폴리오'관리
작년 말 개정된 교육 과정에는 '창의적 체험활동' 영역이 신설됐다. 동아리, 봉사, 독서, 현장 체험, 진로 상담 같은 비교과 활동영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인성과 진로, 직업교육 활동에 활용할 수 있는 참고자료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과 영역의 평가가 담기는 학생생활기록부는 교사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통해 입력하는 것과 달리 창의적 체험활동은 학생이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지원시스템'에 접속해 직접 입력해야 한다. 여기에 교사는 승인과 보완 지시, 의견 첨삭을 하게 된다.
이 비교과 기록은 학생부와 함께 계속 남아 학생을 따라다니게 된다. 학생이 초등학교 때 무슨 책을 읽었고 무슨 단체활동을 했는지까지 대학 입학사정관이나 기업 면접관이 훤히 꿰뚫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중·고교까지 12년 동안 스스로 포트폴리오(portfolio·자신의 활동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철)를 작성하는 일에 뛰어들어야 할 상황이 됐다.
◆자기소개서·진로활동… 다 써내야
학생들은 자기소개서와 자율활동(교내·교외), 동아리·봉사·독서활동 등을 기록하도록 돼 있다〈표 참조〉. 입시나 취업과 직결되는 '자기소개서'는 성장 과정과 가족 환경, 역경 극복 사례, 지원 동기, 학업 계획, 향후 진로 계획 등에 대해 서술하게 돼 있다.
'자율활동' 영역에서는 자치·적응·행사·체험활동과 학교 창의적 특색활동을, '동아리 활동'에서는 학술·문화예술·스포츠·실습노작·청소년단체 활동 등을 기록하게 된다. '봉사활동'에선 교내 봉사, 지역사회 봉사, 자연환경 보호·캠페인 활동을, '진로활동'에선 진로 상담과 진로탐색활동 등을 입력한다.
각 활동의 문항별로 200~500자씩 글자 수 제한을 둬 기록하도록 하는데, 이것으로 다 끝난 게 아니다. 활동과 관련한 문서·그림·사진 등을 파일로 첨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학부모 허리가 휘어진다?
교과부는 이 기록 시스템을 오는 3월 고교부터 우선 적용한 뒤 4월부터 초·중학교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학생 본인 아닌 다른 사람이 대신 쓰는 걸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지도교사가 확인하고 승인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면서도 "대리 입력 자체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어린 초등학생이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창의적 체험활동을 모두 기재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한 대학교수는 "취지는 좋지만 결국 학부모가 대신 써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다 보면 '창의적 체험활동 기록'을 위한 또 다른 사교육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학부모는 "이제부턴 교과 과목뿐 아니라 온갖 잡다한 부분까지 다 신경 쓰게 생겼다"며 "부모가 포트폴리오를 챙겨 주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 사이에 큰 차이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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