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교육과정

영어공교육 로드맵, '산넘어 산' 이네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8. 2. 9. 23:07

영어공교육 로드맵, '산넘어 산' 이네

오마이뉴스|기사입력 2008-02-03 22:28 
 
 
 
[오마이뉴스 한기택 기자]이명박 당선인은 "영어 과외를 받지 않고도 대학에 갈 수 있게 하고,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웬만한 생활영어는 거침없이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였다.

이의 실천을 위해 '영어 공교육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올해부터 2014년까지 7년 동안에 걸쳐 추진하는데 주요내용은 ▲ 향후 5년간 영어교사 2만3000명 채용 ▲ 2010년부터 초등학교 영어수업확대 ▲ 올해부터 영어교사 연수 확대 실시 등이 핵심이다.
 

그러나 기왕에 발표했던 '영어 공교육 로드맵'중에서 수학·과학 등 일반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몰입교육은 하지 않기로 했고, 영어능력시험도 한 발 물러서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시행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초·중·고교 교육과정과 영어교과서를 회화중심으로 개편해 2010년에 보급하는 것이다. 그런데 2009학년도 고등학교 신입생부터 적용하는 제8차 교육과정이 이미 확정 고시되어 있어서 단기간 내에 교육과정을 다시 개정하고 교과서를 만드는 것은 인수위에서 생각하는 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교육과정 개정, 인수위 생각만큼 쉽지 않아

여기에다 영어를 맡아 가르쳐야 할 선생님들의 형편 또한 좋은 편은 아니다. 전국 초·중

·고 영어 담당 교사에 대한 교육부의 전수조사 결과(2006년 5월)에 따르면 영어로 수업이  가능한 영어 교사는 전체 49.8%인 1만6171명 밖에 되지 않으며, 실제 1주일에 1시간 이상

영어로 수업하는 비율은 전체의 18.5%에 그쳤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약 1조7000억원의 예산으로 1년에 3000명씩 국내외에서 6개월 심화연수를 실시한다고 하지만 6개월 연수로 과연 영어로 수업을 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한 해 3000명이 국내외 심화연수를 받을 때 교사 결원에 대한 충원과 소요예산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인수위는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 전용교사를 2009년부터 2013년까지 2만3000명을 확보하여 2010년부터 교단에 투입한다'고 하지만 현재 일선 교육현장에 투입되고 있는 원어민 보조교사들도 해당 국가에서 영어교육과정을 마쳤지만 부적격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인수위가 원하는 만큼의 양질의 소요 인력이 얼마나 있는지 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기간에 적당한 사람들을 모집해 교사로 만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그리고 임용 뒤에 권리주장, 타 교과와의 수업시수, 정원 등의 형평성에 대한 불만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숙명여대 등 10여 개 대학이 영어강사 양성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는 TESOL 과정 이수자, 외국에서 석사학위 이상을 딴 사람에게 영어전용 교사가 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은 특혜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다음으로는 교육여건의 문제이다. 학급당 학생수가 30∼50명인 상황에서는 학생들에게 기초적인 문법을 가르치는데도 버거운 실정이며, 대화중심의 수업을 하기에는 학급당 학생수가 너무 많다.

 
이 많은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건지

그런데 영어교육을 위해 1만여 초·중·고교의 학급당 학생수를 1명을 줄이는 데 1조8000억원(한국교총 추산)의 예산이 소요되는데, 이에 소요되는 예산 반영이 없어 아쉽다. 뿐만 아니라, 증가된 학급수에 따른 타 교과 교사의 충원, 교감증치(43학급이 넘으면), 교실증축, 과대학교의 증가 등에 대한 계획과 이에 따른 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예산을 대폭 투입해 학교별로 교실 증축에 나선다 하더라도 공사 기간을 고려하면 2~4년 안에 전국의 교실을 늘려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또한 일부 학생들은 기초 국어와 영어가 부실해서 영어로 말하는 선생님들의 말을 이해 못하는 경우도 있을 터인데 이에 대한 대책이 아쉽다.

초등 영어교육 강화 방안도 문제다. 인수위는 '3~4학년 주 1시간, 5~6학년 2시간인 영어 수업시간을 2010년부터 주 3시간으로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영어 교육 시간을 늘리면 다른 과목 시간은 줄여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도 없으며, 어린 시절 지나친 외국어 공부는 소양 교육과 모국어 습득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학생들의 수능시험과목을 줄이고 영어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토익이나 토플 수준의 영어시험을 연간 최소 4차례 치러 '살아있는 영어 구사능력'을 평가한다고 한다고 했으나, 토익이나 토플 수준의 영어시험은 학생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 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자 시험을 실용영어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양보했다. 그런데 이렇게 실용영어 수준으로 낮춘다면 대학에서 어떻게 전문 서적을 볼 수 있겠는가.

부족한 영어를 위한 영어 사교육 수요를 증폭시킬 수 있으며, 영어교육의 개편으로 교사들의 업무증가 또한 증가할 것이다. 또한 영어능력평가시험이 대학 입시에 반영될 경우, 대입 수능과는 달리 등급제로 하는 데에도 문제가 있으며, 고교생은 물론 초·중학생까지 영어 사교육을 조장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이 온통 영어 광풍에 휩싸일 수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급조된, 날림식 학교 영어교육보다는 체계적이고 강사들도 뛰어난 학원 프로그램에 의지하려는 생각이 강하게 나타날 것이다. 영어 공교육 강화를 위해 연간 8000억원, 5년 동안 4조원의 예산을 할당하겠다는 구상의 적실성도 문제다. 인수위는 전 부처 예산 10% 절감운동을 통해 재원조달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우리 경제 여건에서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당위성만 갖고 무리하게 시행하면 부작용만 생겨

당위성이 인정된다고 해서 학교 현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무리하게 시행한다면 부작용만 키울 뿐만 아니라 학생에겐 심리적 압박을, 학부모들에겐 사교육 부담을 가중시키는 역설적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집을 잘 지으려면 설계도면이 좋아야 하고 도구(연장)가 좋아야 하고 기술자가 좋아야 한다.

지금 영어교육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을 교사의 잘못이라고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교육과정과 교과서와 교육여건과 대학입시 출제방향이 선생님들로 하여금 실용 영어회화를 가르치는데 집중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고 모든 책임을 영어교사에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

우리 영어 선생님들에게는 교육과정과 교과서, 대입시 출제 방향이 실용영어 중심으로 개편된다면 한국어를 사용하면서도 실용 영어회화를 잘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지금 있는 영어선생님들에게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여건 특히 학급당 학생수를 줄여주고 교과서를 실용영어 중심으로 개편하며 연수를 강화하고 예산을 지원해 준다면 실용영어 지도는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새로 임용하는 영어선생님을 선발 할때, 원어민 수준의 영어선생님을 선발해서 충원하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라고 해도 공교육의 내실과 사교육비 줄이기를 이루지 못하고 교육의 혼란을 초래한다면 성공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급하다고 바늘 허리 메서 쓸 수는 없다. 인수위가 "영어 공교육강화를 제2 청계천 프로젝트"라고 하는 것은 영어교육을 청계천 공사 정도로 가볍게 생각한 것은 중대한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은 개인의 발전을, 국가의 미래를, 세계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