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즐거움

서울 신사동 '이소영 찬방의 한식'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8. 8. 15. 18:31

천연재료의 삼삼한 맛

[오태진 기자의 '이 맛']
-서울 신사동 '이소영 찬방의 한식'

오태진 기자 tjoh@chosun.com
입력시간 : 2008.07.31 09:02


요즘엔 음식점들이 마치 입맛 들쑤셔놓기 경쟁이라도 벌이는 것 같다. 파는 사람, 사먹는 사람 모두 음식이 요란하고 자극적이어야 성이 차는 모양이다. 인공조미료 범벅인 곳도 적지 않아 먹고 나면 입 껄끄럽고 속 더부룩하고 머리까지 아프기 일쑤다. 그런 속에서 '이소영 찬방의 한식'은 참 얌전하다. 솜씨가 꼼꼼하고 정성스러울 뿐 아니라 맛이 온순하고 깊다. 속은 물론 마음까지 편안하다.

이 집은 놋그릇 놋수저를 쓴다. 5000원짜리 온면을 시켰더니 반찬 넷과 삭힌 고추 고명까지 따로 놋그릇에 정갈하게 담겨 나온다. 미역줄기 볶음 하나도 무심코 다루지 않았다. 물에 담가 짠맛을 뺀 뒤 길고 가늘게 채 썬 풋고추와 양파를 넣었다. 배추 겉절이 김치, 무생채, 야채 숙주나물도 맛이 순하고 들인 손품이 눈에 보인다.

온면 국물은 고기 육수처럼 뽀얗지만 맛을 보니 아니다. 깔끔하고 삼삼하다. 황태머리와 멸치, 표고버섯, 갖은 야채를 우려냈다. 알맞게 삶은 생면이 기분좋게 씹힌다. 같은 국물에 건면을 말아낸 소면, 독특하게도 고사리 도라지 숙주를 넣은 육개장 식 '매운 온면'도 5000원씩이다.

  • ▲ 국수전골(사진 앞) /조선영상미디어 이구희 객원기자 poto92@nate.com



잣콩국수(6000원)는 콩찌끼가 보일 만큼 국물이 거칠다. 까뭇까뭇 비치는 것은 검은 콩 서리태다. 영양분이 빠져나갈까 봐 체에 내리지 않고 서리태, 흰 콩, 볶은 참깨, 잣을 두어 차례 갈아낸다고 한다. 역시 너무 진하지 않고 수더분한 맛이다. 버섯·쇠고기·파·배추·깻잎들을 곁들여 자리에서 끓여먹는 국수전골은 1만원.

국수만으론 허전하다면 육전·굴전·녹두전·대구전(1만원씩)이나 모둠전(2만원)을 곁들일 만하다. 하나같이 얌전하고 기름내가 전혀 안 난다. 국숫집으로 출발했다가 저녁 손님이 너무 적어 육개장 북엇국 김치찌개(5000원씩)로 메뉴를 늘렸다. 특별한 국수전문점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이 집은 천연조미료만 쓰는 것으로 이름난 백화점 반찬가게 '이소영 찬방(饌房)'의 이소영씨가 2년 전 차렸다. 인공조미료, 인공색소, 동물성기름은 쓰지 않고 모든 맛을 천연재료로 낸다고 한다. 식용유와 간장만 해도 갖가지 야채를 넣어 졸이거나 끓여뒀다 사용한다. 과하지 않고 절도를 지키는 음식들에 이씨가 공부한 궁중음식의 기품이 배어 있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밋밋할 수도 있다.

신사동 네거리에서 강남역 쪽 200m쯤 가다 오른쪽 외환은행 끼고 우회전, 첫 네거리 골목에서 직선 방향으로 보이는 '김밥천국' 다음 3번째 집. 44석. 주차 5대. 일요일엔 쉰다. (02)512-2586

 

험험!!:

아는 분 소개로 두번 방문해 보았습니다. 갑자기 기사를 읽으니 다시 찾아가고 싶네요. 놋그릇에 정갈하게 담긴 음식을 보면 군침이 돕니다. 맛깔스러운 반찬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