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도자들도 자기 나라 말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 종종 망신을 당한다. ‘언어 장애’라는 비아냥까지 들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Greeks(그리스 사람)’를 ‘Grecians’로, ‘Kosovars(코소보 사람)’를 ‘Kosovians’라고 없는 단어를 만들어 말하기도 했다. 부통령 시절의 댄 퀘일은 학교를 찾아가 어린 학생이 칠판에 맞게 쓴 ‘potato(감자)’의 철자가 틀렸다며 ‘potatoe’라고 고치라고 했다가 한동안 낯을 들고 다니질 못했다. 일본의 아소 다로 총리도 지난해 ‘답습(踏襲)’과 ‘미증유(未曾有)’의 일본어 발음을 틀리게 해서 기초 소양을 의심받았다. 대통령 후보 시절 국립현충원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않겠습니다’를 ‘않겠읍니다’로, 정동영 민주당 후보는 ‘업그레이드’를 ‘엎그레이드’로 잘못 쓰기도 했다.
국립국어원이 지난해 12월 ‘국민의 기초 문해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970년 조사 이후 38년 만에 실시된 정부 공식 조사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문맹률(비문해율)은 1.7%로 약 62만 명이었다. ‘일상생활을 해나가는 데 필요한 글을 읽고 이해하는 최소한의 능력’을 뜻하는 ‘문해(文解·literacy)’가 가능한 비율은 98.3%. 선진국 평균(98.6%)에 근접하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70대의 비문해 비율이 20.2%로 가장 높았지만, 1939년 이후 태어나 한창 배워야 할 성장기에 식민지·전쟁·가난을 겪은 세대임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한국인의 문해율이 선진국 평균을 넘어서는 것은 아마 시간문제일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양보다 질이다. 우리 사회는 국어를 과연 정확하고 품위 있게 구사하고 있는가. 아마추어의 눈으로 보기에도 참 문제가 많다. 어제 한 화장실에 들렀다가 안내문을 보았다. ‘쾌적한 공간을 위하여 금연과 잡지나 신문은 가져가 주세요’라고 씌어 있었다. 담배를 피우지 말고, 가져온 인쇄물은 도로 갖고 나가라는 말일 것이다. 그렇게 일단 ‘문해’는 된다. 그러나 이런 문장이 아니고 학술논문이나 문학작품 같은, 훨씬 정확하고 섬세하게 표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안내문을 쓴 이의 국어실력으로 버텨낼 수 있을까. 절대로 불가능하다.
화장실 안내문은 국어실력을 쌓을 기회가 적었던 분이 만들었을 수 있다. 그러니 너그럽게 넘어가자. 서울대 학생이라면 충분한 글쓰기 훈련으로 국어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고 입학했을 것이다. 그 서울대도 학생들의 낮은 국어실력 때문에 고민이 많다. 교수학습개발센터의 ‘글쓰기 교실’에서는 6년 전부터 재학생들의 리포트 글쓰기 상담을 하고 있다. 다섯 권의 관련 보고서도 냈다. 보고서가 예시한 수많은 잘못된 문장 중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일단 이러한 젠더 불평등은 여성이 남성보다 경제적인 능력의 부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앞에 말한 화장실 안내문처럼 그럭저럭 뜻은 전달된다. 그러나 어설픈 명사구 탓에 어법에 어긋나는 문장이 돼버렸다.
대학들의 고민은 초·중·고교의 국어교육이 부실한 탓이다. 게다가 입시 전형이 다양해져서 굳이 국어에 힘들이지 않고 특기적성이나 영어실력만으로도 입학할 수 있으니 대학가의 ‘국어 지진아’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2006년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에게 중·고교 수준의 국어 보충강의를 하는 대학이 234곳, 전체 대학의 33%나 됐다. 10년 전의 4배다. 강사로는 주로 중·고교 퇴직교사를 활용한다고 한다. 일본 문부성은 지난해까지 두 차례 실시한 전국적인 초·중·고 학력평가고사 성적을 분석한 결과 ‘기본은 국어력’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많이 읽고 쓰게 하는 등 국어실력 향상에 힘을 쓴 학교일수록 국어는 물론 수학 실력도 함께 늘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큰 시사점이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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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이 지난해 12월 ‘국민의 기초 문해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970년 조사 이후 38년 만에 실시된 정부 공식 조사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문맹률(비문해율)은 1.7%로 약 62만 명이었다. ‘일상생활을 해나가는 데 필요한 글을 읽고 이해하는 최소한의 능력’을 뜻하는 ‘문해(文解·literacy)’가 가능한 비율은 98.3%. 선진국 평균(98.6%)에 근접하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70대의 비문해 비율이 20.2%로 가장 높았지만, 1939년 이후 태어나 한창 배워야 할 성장기에 식민지·전쟁·가난을 겪은 세대임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한국인의 문해율이 선진국 평균을 넘어서는 것은 아마 시간문제일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양보다 질이다. 우리 사회는 국어를 과연 정확하고 품위 있게 구사하고 있는가. 아마추어의 눈으로 보기에도 참 문제가 많다. 어제 한 화장실에 들렀다가 안내문을 보았다. ‘쾌적한 공간을 위하여 금연과 잡지나 신문은 가져가 주세요’라고 씌어 있었다. 담배를 피우지 말고, 가져온 인쇄물은 도로 갖고 나가라는 말일 것이다. 그렇게 일단 ‘문해’는 된다. 그러나 이런 문장이 아니고 학술논문이나 문학작품 같은, 훨씬 정확하고 섬세하게 표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안내문을 쓴 이의 국어실력으로 버텨낼 수 있을까. 절대로 불가능하다.
화장실 안내문은 국어실력을 쌓을 기회가 적었던 분이 만들었을 수 있다. 그러니 너그럽게 넘어가자. 서울대 학생이라면 충분한 글쓰기 훈련으로 국어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고 입학했을 것이다. 그 서울대도 학생들의 낮은 국어실력 때문에 고민이 많다. 교수학습개발센터의 ‘글쓰기 교실’에서는 6년 전부터 재학생들의 리포트 글쓰기 상담을 하고 있다. 다섯 권의 관련 보고서도 냈다. 보고서가 예시한 수많은 잘못된 문장 중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일단 이러한 젠더 불평등은 여성이 남성보다 경제적인 능력의 부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앞에 말한 화장실 안내문처럼 그럭저럭 뜻은 전달된다. 그러나 어설픈 명사구 탓에 어법에 어긋나는 문장이 돼버렸다.
대학들의 고민은 초·중·고교의 국어교육이 부실한 탓이다. 게다가 입시 전형이 다양해져서 굳이 국어에 힘들이지 않고 특기적성이나 영어실력만으로도 입학할 수 있으니 대학가의 ‘국어 지진아’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2006년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에게 중·고교 수준의 국어 보충강의를 하는 대학이 234곳, 전체 대학의 33%나 됐다. 10년 전의 4배다. 강사로는 주로 중·고교 퇴직교사를 활용한다고 한다. 일본 문부성은 지난해까지 두 차례 실시한 전국적인 초·중·고 학력평가고사 성적을 분석한 결과 ‘기본은 국어력’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많이 읽고 쓰게 하는 등 국어실력 향상에 힘을 쓴 학교일수록 국어는 물론 수학 실력도 함께 늘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큰 시사점이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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