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재미

"강남구를 '공교육 1번지'로 만들겠다"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9. 3. 16. 19:56

법질서교육 나선 맹정주 강남구청장

"강남구를 '공교육 1번지'로 만들겠다"

의회와 함께 조례 바꿔
예산 5% 공교육에 사용
'인터넷 수능방송' 운영
전국 교육격차 해소해

김태완 맛있는공부 기자 kimchi@chosun.com

 

서울 강남구는 부촌(富村)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겉으론 강남을 선망하지만 '그들만의 울타리'에 대한 반감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강남구에 거주하는 기초생활 수급자가 서울 25개 구(區)가운데 일곱 번째로 많다. 임대 주택 수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강남 부촌의 상징 타워팰리스 앞에 위치한 판자촌 '구룡마을'을 연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부자와 빈자가 갈등하며 어울려 사는 곳이란 표현이 정확하다.

▲ 맹정주 강남구청장/이구희 기자 poto92@chosun.com
강남구 맹정주(62) 청장도 '강남의 양극화'에 대해 고민이 많다. '공교육 1번지 강남구현!'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만든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구 예산의 5%를 공교육에 쓰기 위해 의회와 함께 조례까지 바꿨다.

여기다 이달 말부터 지역 내 유치원과 초등학교 학생에게 법질서 및 예절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대한변협과 3단계 맞춤식 교재를 공동 제작한 상태다. 맹 청장은 "강남에 가면 질서가 있고 강남 어린이는 남다르고 기본이 돼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올 교육예산 250억원

올해 강남구의 교육경비보조금은 250억원 규모다. 본예산은 200억원이지만 추경과 매청펀드를 더한 액수다. 가난한 기초자치단체가 시샘할 만하다. 항목을 훑어보니 학교교육여건개선 사업 75억원, 고품격 영어교육시스템 구축예산 55억원, 인터넷 수능방송 운영에 40억원, 학교 내 방과후 학교 운영 등 교육지원 사업에 20억원 등이다. 지역 교육장과 한 달에 한 번은 만나 교육문제를 협의한다고 한다. 맹 청장은 "사교육은 공교육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공교육만 잘 따라가도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강남구는 상반기에 시행할 사업을 이미 선정, 각 학교에 통보한 상태다. 원어민 영어강사 배치사업 등 인건비 성격을 제외한 학교교육 여건 개선사업 예산을 상반기 내 90% 이상 조기 집행할 계획도 세워 놓았다.

그는 "교육문제 때문에 강남으로 이사 오는 사람이 많다. 초등학교 1~3학년 학급 인원은 미달이지만 4학년부터 전입해오는 학생이 급격히 는다"며 "이는 강남구민들의 교육열이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반면, 자녀가 대학에 진학한 뒤 강남을 떠나는 가구도 적지 않다.

부자 동네라서 출산율이 높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강남구의 출산율은 가구당 0.78명(2006년 기준)으로 서울에서 꼴찌 수준이다. 그는 "출산율이 떨어지는 이유도 육아비나 교육비 부담 탓"이라고 했다.

현재 강남구는 초등 방과후 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의 초등 저학년 자녀들을 저녁까지 돌봐주고 숙제와 학습지도까지 해준다. 맹 청장은 "지난해 3개 초등학교에서 실시됐으나 7개교로 늘리고 시간도 오후 7시에서 8시로 늦췄다"고 귀띔했다. 관내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예산도 다른 구청보다 3배 이상 많다고 한다.

◆빅히트 친 인터넷 수능방송

강남구청이 운영하는 인터넷 수능방송은 수험생 사이에 이미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등록회원 수가 80만명을 상회한다. 기초생활 수급자 가정 학생은 공짜다. 지난해 말 강사진을 3분의 2나 교체하고 특목고 교사와 강남 지역 고교 교사를 대거 초빙했다. 맹 청장은 "뛰어난 선생님을 모셔와 상위 1% 학생을 상대로 가르치는 '칠성급 강의'가 가능해졌다"고 했다. 강남구의 수능방송을 공동 이용하겠다고 협약을 체결한 지자체가 113곳에 달한다.

맹 청장은 "인터넷 수능방송은 싼 값(회원 가입비 3만원, 강남 거주학생은 2만원)에 대치동 학원가 수준의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돼 서울과 지방의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또 명문대 입시에 수리영역에 대한 비중이 커지자 수학의 기초를 다진다는 취지에서 수학과목에 한해 수준별 이동수업을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상은 중학생. 맹 청장은 "수준별 이동수업을 위해 수학 전문교사를 기간제로 채용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중학교에서 수학을 다잡으면 고교 수학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다 학습이 부진한 초등학생들에게 일주일에 세 차례 담임 선생님이 특별과외 형식으로 가르치는 '학습부진 맞춤식 책임지도' 방안도 교육청과 협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