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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형편에도 유학 감행 문법·과제로 적응력 키워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9. 3. 26. 07:12

"기숙사 불이 모두 꺼져야만 잠들었죠"
오선영 기자 | 2009-03-23 06:39 | 조회 : 2035 | 답글 : 0 | 스크랩 : 2 | 추천 : 0

영국 케임브리지 의대 전액장학생 김니나 "늘 미소 짓는 의사 될래요"
힘든 형편에도 유학 감행 문법·과제로 적응력 키워


영국
의과대학 시험은 어렵기로 유명하다. 특히 각 의대마다 외국인 학생비율이

7%를 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이 있어 더욱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영국 케

임브리지대 의대에서 전액장학생으로 공부하는 김니나(25)씨의 이야기는 그래

서 더욱 빛난다.

그녀는 경기 광주시 퇴촌면에 위치한 광수중학교를 졸업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도 꿈을 이루기 위해 유학을 감행, 영국에서 최고의 명문 여학교로 손꼽히는 'The Cheltenham Ladies College'에 진학한다. 그리고 3년간 이를 악물고 공부한 끝에

수석 졸업의 영광을 안았다. 케임브리지 의대에 전액장학생으로 입학, 의과대학

본과과정과 박사과정 코스를 동시에 밟는 특별과정 중에 있다. 이는 최고 성적을

받은 8명만 받을 수 있는 특별대우다.

◆고교 시절, 병원 실습 다니며 '의사' 꿈 키워

유학 초반, 언어가 가장 큰 문제였다. 영국 영어는 익숙한 미국식과 달라 고생이

더 심했다. 다행히 중학교 3년간 탄탄하게 다진 영문법 기초가 큰 도움이 됐다.

"유학생들은 문법을 소홀이 여기는 경향이 강한데, 문법이 기초가 돼야 제대로

된 듣기와 말하기가 가능하다. 유창하게 말해도 문법이 맞지 않으면 격이 떨어

지는 영어가 된다"고 했다.

듣기, 말하기는 부족했지만 김양은 부끄럽다는 생각을 버렸다. 한국학생이 거의

없는 학교였기에 영국학생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면서 실력을 키웠다. 영어 때

문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도 과제를 열심히 했다. 과제는 주로 읽고 쓰는 것

이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못 들어서 놓친 내용을 다 공부할 수 있었다. 학습동기

를 일깨우는 데는 '꿈'이 큰 몫을 했다.

고1 당시 김씨의 꿈은 막연했다. 평소 의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그

것이 자신의 길인지 확신이 없었다. 그러다 여름방학에 한국에 돌아와 삼성의료

원에서 서브인턴 자격으로 실습을 하면서 '의사'라는 꿈을 굳혔다.

"하루 종일 환자를 보면서도 늘 최신 논문을 읽고 실험과 연구를 계속하는 교수

님들의 모습에 감동받았어요. 정신적·육체적으로 고된 나날을 보내면서도 항상

웃는 얼굴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환자를 대하는 모습을 보고 이 길을 선택했죠.

이분들의 삶을 따라가고 싶었어요."

고등학교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학교에서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을 특별 관리했

기 때문이다. 인터뷰와 에세이 준비를 철저히 도왔다. 이 학생들이 같은 기숙사

에 배정돼 경쟁도 치열했다. 그 안에서 김씨는 '가장 늦게 잠들겠다'는 각오로

공부했다.

"새벽까지 공부를 하다가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밖에 나왔다. 친구들 방 창문

에 불이 하나라도 켜져 있으면 다시 들어가 공부에 매달렸다"고 했다.

▲ 영국 케임브리지대 아덴브룩스 병원 실험실에서 김니나(사진 가운데)씨가 교수진과 함께 연구결과를 검토하고 있다./Media Studio at Cambridge Univerity Hospitals 제공

◆최신 과학이론 읽으며 토론실력 키워

영국 의대에 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과외활동도 해야 한다. 김씨는 봉사활동에

중점을 두고, 'Reading for the blind'라는 로컬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매주 수요

일 오후 맹인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책을 읽어주거나 말동무를 해주는 활동이다.

결손가정 아이들을 위한 학교에서도 자원봉사를 했다. 또 매주 유도 클럽과 재

즈밴드 활동을 했다. 학교에서 과학과 수학 외에, 미술수업을 선택해 예체능 활

동도 빠뜨리지 않았다. "예체능 활동을 통해 공부스트레스를 풀었고, 대학 입시

에서도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과학계에서 최근 발표된 이론이나 논문, 기사

도 꼼꼼히 챙겼다.

김씨는 영국에서 발행되는 '뉴 사이언티스츠(New Scientists)'라는 과학주간지

를 정기 구독했다. 이 잡지와 신문 '더 타임스(The Times)'를 보면서 중요한 기

사를 오려두고, 그에 대해 조사한 내용을 묶어 스크랩북을 만들었다. 대입 인터

뷰 날에는 이 중 몇 가지를 가져가 면접관들과 토론했다.

김씨는 현재 본과 1학년을 수료하고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다발경화증 분야를

연구하며 2살 전후로 사망하는 'Krabbe's disease'라는 불치병의 치료법을 찾

는 중이다. "이 특별과정은 의사보다 연구하는 의학자를 키우는 과정"이라며

"고교 진학 전부터 연구과학을 하고 싶었기에 학교 생활이 무척 즐겁다"고 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