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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私)교육비 덜고, 엘리트 교육은 지속… 외고(外高)입시 달라지려나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9. 12. 13. 15:03
사(私)교육비 덜고, 엘리트 교육은 지속… 외고(外高)입시 달라지려나
 
이인열 기자 | 2009-12-11

 

10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외국어고 개편안'은 '사(私)교육비를 줄이자'는 명분과 '엘리트(수월성) 교육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논리 사이에서 나온 절충점으로 보인다. 외고의 존립 근거는 인정하면서도 설립 목적과 다르게 운영되는 외고를 바로잡기 위해 학생수 축소나 국제고 전환 같은 선택권을 제시했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사교육을 받아야 입학할 수 있는 어려운 외고입시 중 영어듣기·지필고사 등을 완전히 없애도록 한 것은 사교육비 절감을 노린 것이다.

교과부 이주호 차관은 "이번 개편안은 '가짜 평준화' 속에서 기형적으로 성장한 외고를 정상화시키는 단기적 해법과 함께, 양질의 교육을 원하는 학부모들이 특정 학교에만 매달리지 않게 하는 근원적인 처방을 함께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간실현학부모연대 등은 "외고 폐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일시적인 눈가림 방안이며, 결국 입학사정관이나 자기계획서 작성 전문학원 등이 등장해 사교육 시장이 번성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사교육비 부담 줄어들까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외고 개편안에 포함된 핵심 내용은 ①영어듣기·구술면접 등 금지 ②내신은 중 2~3학년의 영어 성적만 반영 ③입학사정관제 전면 도입 등이다. 종전까지 고등학생 수준의 영어듣기 시험과 수학에 가중치를 둔 내신성적 산출 등과 비교하면 새 외고 입시안은 교육 현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영어 내신만 반영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외고 폐지론' 진영에서도 그 효과를 인정한다. 영어 성적 비중이 커지기 때문에 영어 사교육이 과열될 수 있더라도 일단 국어·수학 성적이 반영되지 않는 만큼 사교육비는 줄어들 것이란 논리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성천 부소장은 "내신 축소로 일정 부분 사교육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일부 외고(특목고) 학원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 실시에 대해서는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길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김 부소장은 "외고들이 영어만 잘하는 학생을 뽑을 것으로 보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며 "오히려 입학사정관제를 전 교과목을 잘하는 학생을 뽑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우수 학생들이 대거 몰리면 외고에서 중학교 등급제를 실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입학사정관의 중요 잣대가 되는 학습 계획서 작성을 대행해주는 업체가 나타날 것이란 주장도 있었다.

반면 교과부는 이번 외고 개편안이 강력한 정책으로 사교육을 분명히 줄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우선 외고가 입학전형을 내놓기 전에 '사교육 영향평가서'를 내놓게 해 사교육을 유발하는 전형은 승인을 내주지 않을 방침이다. 교과부 성삼제 학교제도기획과장은 "앞으로 시·도교육청에서 추천하는 인사를 외고와 국제고 입학사정관으로 학교마다 1명 이상 위촉해 엄정한 입학사정이 진행되는지 감독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트 교육 일반계고 확대

엘리트 교육은 어떻게 될까. 외고와 일부 학부모들은 외고 개편안대로라면 엘리트 교육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한 외고 관계자는 "독서량이나 인성만 갖고 아이들을 뽑게 되면, 학생의 교과지식 수준을 알 수 없어 학교에서 수월성 교육도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부모는 "영어만 잘 하는 아이들을 뽑아 무슨 엘리트 교육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을 내놓은 교과부의 입장은 다르다. 외고 논란을 잠재우는 근원적인 대책은 '수요 억제'가 아니라 '공급 확대'라는 것이다. 엘리트 교육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를 억제할 것이 아니라 그 수요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도록 학교 공급을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다. 다양하고 좋은 학교를 많이 만들고, 일반계고에서도 엘리트 교육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교과부 이대영 홍보담당관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설사 외고를 폐지시키더라도 풍선효과에 의해 다른 곳에서 기형적인 엘리트 교육에 대한 수요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당장 내년부터 일반계고의 교육수준을 끌어올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영어중점학교'를 신설하고, '과학중점학교'를 확대 운영한다. 이들 중점학교는 일반계고에서 적절한 시설을 갖추고 별도 과정을 만들어, 엘리트 교육을 하게 된다. 또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영어·수학 과목은 무(無)학년제 및 학점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학년 구분없이 영어·수학 교육과정을 10~15단계로 구성해 단계별로 도달해야 하는 학업성취 수준을 설정한 뒤 이 수준에 도달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