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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입시 입학사정관제 관전법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9. 12. 28. 19:40
고교 입시 입학사정관제 관전법
신진상 | 2009-10-01

 

입학사정관제 열풍이 고등학교는 물론 중학교에서도 뜨겁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발 빠른 학부모들이 대학 입시를 미리부터 준비해서일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고등학교 입시에서도 입학사정관제가 대세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준화를 유지하고 있는 지금 정부에서 고교 입시를 이야기한다는 게 좀 그렇지만 자립형 사립고 특목고에 이어 자율형 사립고(일부)까지 추첨이 아닌 방식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학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들 학생들이 뽑고 싶은 학생들을 뽑되 필기고사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습니다. 지필 시험이 사교육 유발의 주범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대학별 고사는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대입 자율화라는 명분 때문에 건드리지 못하지만 고등학교는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습니다. 사립이든 공립이든 다 국가 돈으로 운영되고 있으니까요. 이들 학교들이 시험 없이 학생을 뽑는다면 솔루션은 딱 하나입니다. 내신으로만 뽑든지, 아니면 내신을 보되 내신의 비중을 줄이고 시험 외의 다른 요소로 학생들을 뽑는 것이지요. 양자택일을 하라면 대부분의 고등학교들은 후자를 택하지 않을까요?

 

하나고, 종합 평가와 비교과로 내신 뒤집기 가능

하나고의 예를 들어봅시다. 하나고는 정원 전부(200명)를 입학사정관제로 뽑습니다. 서류로만 상위 30%를 뽑고 나머지 70%는 서류(70%)와 면접(30%) 점수를 합산해 선발합니다. 서류 평가는 내신(40%)도 중요하지만 내신 외의 요소의 비중(60%)이 더 높습니다. 비교과, 자기소개서, 추천서가 각각 10% 씩 이고 입학사정관들이 모여 전체적으로 평가하는 종합평가가 30%입니다. 내신의 비중을 가급적 줄이려고 하는 거지요. 왜 이런 전형을 했을까요? 하나고 게시판에 보면 강남의 2%와 강북의 2%가 같냐는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뿐 아니라 중학교도 지역 간의 격차가 있을 겁니다. 강남이나 목동 지역의 학생들이 내신에서 불리한 것을 비교과나 종합평가를 통해 보정해 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비교과는 봉사, 출결, 학생회 활동 등이 있겠지만 결국은 수상실적과 어학성적이겠지요. 종합 평가에서 텝스나 수학 과학 올림피아드 국어 인증 시험, 국사 인증 시험에서 높은 성적은 내신의 불리함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점수가 몇 점 혹은 몇 급이 될지는 지원자들 간의 상대적인 비교이기 때문에 학교 측도 모른다고 봐야겠지요.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는 내신이 아주 좋은 학생, 비교과가 아주 좋은 학생 등 뭔가를 특출하게 잘 하는 학생들이 골고루 잘 하는 학생보다 유리한 겁니다.

 

경기외고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가 당락을 가를 듯

외고 중에서는 경기외고가 가장 먼저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합니다. 면접 없이 서류로만 전체 정원의 25%를 뽑고 서류 전형과 영어 듣기를 합산해서 뽑는 전형까지 합치면 전체의 3분의 2가 입학사정관 전형입니다. 이 학교 역시 성적, 소질, 인성, 발전 가능성 등을 총체적으로 반영하겠다고 합니다. 이 학교는 활동보고서라고 불리는 자기소개서나 학업계획서에 높은 점수를 줄 듯합니다. 자사고와 달리 외고는 공인 영어 점수를 반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지요. 이 학교가 원하는 인재상은 도덕성과 창의성 세계화 마인드와 영재성을 모두 갖춘 인재들인데 도덕성은 봉사, 창의성은 교내 외 독서 논술 대회 수상 실적, 세계화 지수는 공인 영어 점수, 영재성은 영재교육원 수료 등의 경력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이 학교는 특히 독서를 강조하고 있는데 다문화 이해와 관련이 있는 책을 포함해 4권에 대한 독서 기록문을 써야 합니다. 8월 모의 평가에 따르면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했다고 하는군요. 학교측이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은 일관성 즉 일이관지하는 컨셉입니다. 예를 들면 한비야 씨의 책(독서)을 읽고 긴급 구호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는 식으로 독서와 비전을 연결하는 겁니다. 물론 자기소개서에서는 중학교 3년 동안 어떻게 노력했고 어떤 결과를 얻었고 그 후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자세하게 묘사되어야겠지요.

 

내년에는 입학사정관 전형이 대세된다

나머지 학교들은 간단하게 스캔하겠습니다. 올해가 아니라 내년이니까요. 우선 2011학년도부터 과고는 최대 50%까지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합니다. 과학영재학교는 올해 이미 입학사정관전형(30%)을 도입했고요. 영재교육원에서도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고 있는데 올해부터 서울중랑구와 동대문구, 인천중ㆍ남구 등 전국 27곳의 영재교육원 신입생 선발과정에서 입학사정관전형이 시범적으로 실시됩니다. 정부는 영재교육원 입시에서 시험을 폐지할 생각이 분명 있는 듯 합니다. 초등 사교육 열기를 막으려면 어쩔 수 없겠지요. 잘 아시는 대로 민사고는 정원의 50%를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하고 공주한일고 역시 100% 입학사정관전형입니다. 자율형 사립고 중에서는 천안북일고가 국제과를 전원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합니다. 현 정권에서는 자율형 사립고가 기존의 자사고나 특목고 이상의 블루칩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학교들이 현행 방식, 내신 50% 이내 학생 중 추첨 선발에 대해서 만족할 리 없기에 어떤 식으로든 입학사정관제와 연결시키려고 할 듯 합니다. 실제로 그런 징후가 보입니다. 많은 학교들이 사회적 배려 대상자들을 뽑는 특별 전형에서는 자기소개서+내신+면접이라는 입학사정관 전형을 택했거든요. 

 

중학생들 비교과 챙기기 고등학교보다 어렵다

한 가지 걱정이 있습니다. 중학생들도 앞으로 내신 외에 비교과를 챙겨야 한다면 이중으로 부담이 될 듯 싶어서요. 중학생들이 하는 비교과, 봉사 리더십 체험 학습 수련회 등은 그야말로 형식 그 자체였거든요. 어린 나이에 이런 활동에 의미를 부여하기가 쉽지 않고 또 활동을 마치고 어떤 식으로든 기록으로 남기는 게 부담스러울 듯합니다. 그런 틈을 파고 들어 사교육업체들이 중학교 비교과 시장을 노릴 수 있겠지요. 고등학교는 학교에서 이런 것들을 챙겨 주지만 중학교는 학교에서 해주는 게 평가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현실이 먼저 교정되어야 할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