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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 못하는 아기도 크레용을 손에 쥐어주면 자신의 얘기를 낙서하듯 그려낸다. 나이가 들면서 차츰 형체를 갖춘 그림을 그리는데, 밑그림만 그리다가 색칠하고 싶어하고 자신이 원하는 색을 고르느라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림은 아이들의 생각을 알아볼 수 있는 도구다. 아이에게 흰 종이를 주며 여름의 해수욕장을 그려보라고 하면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반응한다. 첫 번째 유형은 무엇을 어떻게 그릴 지 몰라 시작도 못하는 아이다. 우리 큰 아이가 이 유형이었다. 생각이 엉켜 있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른다. 이때 엄마가 실마리가 될 만한 단서를 하나씩 던져야 한다. “해수욕장에 무엇이 있어야 할까? 바다, 수영복….” 이 유형의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기 전에 주제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을 갖는 게 좋다. 아이의 그림이 서툴고 어색하더라도 칭찬해주자. 또 그림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개인지도보다 문화센터나 복지관 같은 데서의 단체 미술교육이 적합하다.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도 있고 못그리는 아이도 있다는 걸 확인하면 부담이 덜해지기 때문이다. 그림 그리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아이에겐 미술전시 관람도 좋은 동기 부여가 된다.
두 번째 유형의 아이는 항상 똑같은 그림만 그린다. 둘째 아이가 그랬다. 해는 왼쪽 상단에 그리고 바다의 파도는 수평으로 그리며 등장인물의 옷 차림새도 거의 차이가 없다. 인물의 표정이나 자세도 정면으로 고정돼 있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려는 성향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엔 관심이 없는 편이다. 자기 그림에 대해 누구의 얘기도 듣기 싫어하는 이런 유형의 아이들에겐 방문지도나 단체지도가 큰 효과가 없다. 그래서 둘째 아이는 특별히 미술 교육을 시키지 않고 혼자서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게 하거나 TV 미술 프로그램을 보여 주었다. 특히 미술프로그램에 나온 재미있어 보이는 그리기와 공작활동은 프로그램이 끝나기 전에도 집에 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직접 해보았다. 이외에도 미술관 관람을 많이 했는데 작은 아이는 미술관에서 사온 화집을 즐겨 보았다.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보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사물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나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고 작품 속에 자신의 생각을 담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제 아이들의 해수욕장 그림은 활기차고 이야기가 있다. 뛰어다니며 공놀이를 하는 아이들도 보이고 모래성 쌓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모래로 몸을 감싸고 잠자는 사람들도 있고 바다에는 배도 떠다니는 등 아이가 바다에서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표현돼 있다.
최근 미술은 아이들의 지능을 개발하거나 심리치료에도 쓰이고 있다. 다중지능이론에서는 미술을 통해 공간 지능을 개발할 수 있다고 한다. 아동심리학에서도 색이나 그림의 내용을 해석하여 아이의 심리 상태를 분석한다. 다양한 개성을 내세운 미술교육기관도 늘어나고 있는데, 교육비가 적게 드는 문화센터나 복지관 같은 사회단체를 이용하면 좀 더 오랜 기간 동안 아이가 즐기며 배울 수 있다.
(‘아이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강남엄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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