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고 하면서 언제 영화를 보지? 궁금하시지요?
전 이른 아침시간을 이용한답니다. ^^
이번엔 '의형제'에서 저에게 남다른 감동을 준 '장훈' 감독의 작품인 '고지전' 얘기를 해볼까요?
1953년. 2년째 휴전협상은 제자리 걸음.
동부전선 최전방 애록고지
전사한 중대장의 시신에서 아군의 총알이 발견되고 상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적과의 내통과 관련되어 있다고 의심하고 방첩대 중위 ‘강은표’(신하균)는 조사임무를 띄고 동부전선으로 갑니다. 그는 애록고지 악어중대에서 죽은 줄 알았던 친구 ‘김수혁’(고수)을 만납니다.
살아 돌아온 친구, 의심스러운 악어중대. 이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은표와 수혁은 고지 탈환 작전에 투입되고 그러나 신임 중대장의 무리한 작전으로 엄청난 위기에 처하게 되고 악어중대의 어리지만 베테랑인 대위 신일영(이제훈)과 중위 수혁의 단독 작전으로 위기를 모면한 채 후퇴합니다.
신임 중대장은 중화군과의 함화공작 전투를 벌이던 중 자신의 명령에 불복종하는 중사 오기영(류승수)에게 사살위협을 가하고 수혁은 망설임 없이 중대장을 쏴 버린다. 눈 앞에서 벌어진 상관의 죽음,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은폐하는 그들과 무표정한 수혁. 순식간에 하나가 된 중대 전체에 은표는 놀라게 됩니다. 이들에게는 무슨 비밀들이 있는 걸까요?
강은표
김수혁
어리지만 대단한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대위 신일영(이제훈). 이 친구 너무 멋있었어요. 자기 부하들을 살릴려고 죽음과 맞서는 모습이... 하지만 그 멋진 모습 뒤에는 너무 슬픈 비밀이 있지요. 연기력이 돋보였습니다.
전쟁.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참혹함과 죽음을 두려워하는 인간의 내적 갈등. 이러 저러한 현실이 가슴을 찢고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습니다.
북한군 현정윤, 차태경
전쟁을 치르다보니 그 목적을 알 수 없게 되었다는 자조적인 북한군 장교의 말이 계속 맴돕니다. 아무리 잘난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사람들을 죽여가며 이루어내는 결과가 과연 의미있는 것일까요?
전쟁 영화들이 그러하듯 실상을 통해 잔인하게 파괴되어가는 인간성, 어느 쪽에 속하던지 보여지는 인간군상들의 일상들이 주는 서글픔이 이 영화에서도 잔잔하게 얘기되고 있군요. 6.25전쟁의 막바지에서 엄청나게 많은 전사자들이 생겼으며 그들이 뿌린 피의 땅에서 우린 무엇을 일구어 내야 할까요? 그들에게 다시는 전쟁의 아픔이 이 땅에 나타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